“거래 제한 너무 심해”…금감원 ‘직원 주식거래’ 일부 완화
분기 거래 횟수 20회에서 30회로
증시 급등에 박탈감, 내부 불만 커져
금융감독원이 내규를 개정해 직원들의 주식 거래 제한 규정을 일부 완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식 시장이 역대급 상승장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 거래가 엄격히 제한돼 있는 금감원 직원들의 박탈감이 커지면서 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말 임직원 행동강령을 개정해 주식 매매 횟수를 분기당 20회에서 30회로 늘렸다. 매매횟수는 매수와 매도를 합친 것으로 감독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과 투기성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자본시장법은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 제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금감원 직원들도 적용 대상이다. 계좌개설 사실 및 분기별 매매 명세를 통지하고, 자기 명의로 하나의 증권사 및 하나의 계좌를 이용해 거래해야 한다. 투자규모가 급여의 절반을 넘어서면 안 되는 제한 규정도 있다. 거래금액한도는 직전연도 총급여의 50%를 초과하면 안된다.
주식 거래 제한과 거래 내역 신고 규정으로 인해 그동안 금감원 직원 상당수는 국내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다.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미국 주식 등 해외주식 거래는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 활황으로 주가지수가 급등하자 주식거래 제한에 따른 ‘포모’ 심리가 직원들 사이에서 확산됐고, 불만은 커졌다.
금감원 노조는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측에 규정 개정을 요구했고, 금감원도 검토를 거친 끝에 거래횟수를 10회 더 늘리는 것으로 규정을 바꿨다. 노조 관계자는 “다른 기관들의 경우 월 10~20회, 분기 60회 등을 규정한 곳도 많은데 금감원만 지나치게 엄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 유관기관들과 비교를 해본 결과 (금감원이) 현실적으로 거래횟수가 적은 측면이 있어서 개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행동강령 개정에는 횟수 변경과 함께 최근 출시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신고 대상이라는 점이 포함됐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사실상 개별 주식 거래와 동일하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직원들은 거래 제한 규정이 있더라도 주식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임원과 국장은 주식거래를 아예 할 수 없도록 차단돼 있다. 또 거래하는 주식이 직원의 업무 연관성과 관련이 있는지 감찰실에서 살펴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 관련 업무를 다루는 신용감독국과 공시국 직원들은 주식거래에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업무시간에 주식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거래 시간 제한 규정도 있다. 프리마켓 시장이 생기기 전까지는 점심시간에만 주식 거래가 가능했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요즘처럼 시장의 변동성이 심할 때는 어느 정도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거래 횟수가 제한돼 있다 보니 직원들의 불만이 큰 것 같다”며 “실제로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주식을 가진 직원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금융권 내에서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고 업무강도는 높아 이직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데, 주식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박탈감도 퇴사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 직원들의 주식 거래 제한 규정 위반은 과거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23년 11월 금융투자상품 매매 규정을 위반한 금감원 직원 8명에 대해 100만~450만원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했다. 6명은 분기별 매매 명세를 통지하지 않았고, 2명은 복수의 증권사 및 계좌를 이용해 매매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차명계좌로 근무시간에 불법 주식거래를 한 혐의로 기소된 금감원 직원 5명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