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한국, 만성질환 증가 가속
고혈압·당뇨환자 2450만명
치매환자 100만명 눈 앞에
한국인의 질병 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밝힌 다빈도 질병 통계는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102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섰다. 2000년 339만명(7.2%)과 비교하면 24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는 의료 현장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심평원 2025년 다빈도 질병 통계에 따르면 입원 환자 수 1위 질환은 노년백내장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당뇨환자 증가, 중증질환으로 이어져 = 외래 다빈도 질환 상위권을 살펴보면 급성기관지염, 치은염 및 치주질환, 알레르기 비염, 본태성 고혈압, 급성 비인두염, 등통증, 위식도역류질환, 무릎관절증, 제2형 당뇨병 등이 차지하고 있다.
가장 많은 환자가 찾은 질환은 급성기관지염이다. 연간 환자 수는 1700만명 안팎에 이른다. 치은염 및 치주질환 환자는 1500만명 수준이며 알레르기 비염 환자도 700만명을 넘어선다.
더 주목할 부분은 만성질환의 증가다. 고혈압 환자는 최근 75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2014년 약 590만명이던 고혈압 환자가 10년 사이 160만명 이상 늘었다. 증가율은 27%를 웃돈다.당뇨병 환자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2014년 250만명 수준이던 환자가 최근에는 400만명 안팎으로 늘었다. 불과 10년 만에 6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단순히 환자 수만 많은 질환이 아니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뇌경색, 만성신부전 등 중증질환의 주요 원인이 된다. 실제 건강보험 재정에서 심뇌혈관질환과 관련된 진료비 지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입원환자 1위 된 노년백내장 = 입원 다빈도 질환 순위는 고령화의 영향을 더욱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노년백내장이 가장 많고 폐렴, 치핵, 무릎관절증, 담석증, 협심증, 뇌경색증, 추간판장애 등이 뒤를 잇는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고령층에서 매우 흔하게 발생한다. 과거에는 출산 관련 입원이 가장 많았지만 출생아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순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특히 백내장 수술은 대표적인 고령친화 의료서비스로 꼽힌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수술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무릎관절증 역시 고령화의 대표 질환이다. 환자 수는 32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건강보험 진료비는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의료계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후기 노년층에 진입하는 향후 10년 동안 무릎관절증과 인공관절 수술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폐렴·뇌경색·협심증…노인 위협하는 질환들 =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사망 위험이 높은 질환도 늘어난다. 대표적인 질환이 폐렴이다. 폐렴은 입원 환자 수 상위권 질환일 뿐 아니라 국내 사망 원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80세 이상 초고령층에서는 치명률이 높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폐렴 사망자는 2004년 약 5000명 수준에서 최근에는 2만명 안팎까지 증가했다. 20년 사이 네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협심증과 뇌경색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가 늘면서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 함께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뇌혈관질환 진료비는 최근 1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심장질환 진료비 역시 수조원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치매 환자 100만명 시대 눈앞 = 향후 가장 큰 사회적 부담을 초래할 질환은 치매로 꼽힌다. 중앙치매센터는 올해 국내 치매 환자 수를 약 97만명으로 추산한다. 2027년에는 100만명을 넘고 2044년에는 2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매 관리 비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을 약 2100만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이를 적용하면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2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진료비 상위 질환도 고령화가 지배 = 환자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료비다. 건강보험 진료비 상위권에는 암, 만성신장병, 치매,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이 자리하고 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교수는 “고혈압과 당뇨병은 조기 발견과 지속 관리만으로도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고 치매 역시 조기 진단과 인지재활, 지역사회 돌봄을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다”며 “정부는 통합돌봄과 지역일차의료 강화에 속도를 내 국민건강증진 및 중증질환 예방 그리고 의료비 부담 줄이기라는 시대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