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교육감 선거제도 개편 절실

2026-06-10 13:00:02 게재

후보 단일화 공적 관리 등 공영제 도입 목소리 높아 … 러닝메이트 개정 법안 국회서 ‘낮잠’

교육감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감 선거에서 무효표가 대거 발생하고, 후보 난립과 낮은 인지도 문제가 반복되면서 현행 주민직선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감 선거제도 개편은 단순히 선거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자치와 정치적 중립성, 지방행정과 교육행정의 관계를 둘러싼 복잡한 문제여서 결론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현행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 없이 주민이 직접 교육감을 뽑는 방식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자치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유권자가 후보의 성향과 정책을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투표용지에는 정당명이나 기호가 표시되지 않고 후보자 이름 배열도 지역별로 달라 유권자가 후보를 식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번 선거에서 무효표가 109만표에 육박하면서 ‘깜깜이 선거’ 논란이 확산됐다.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는 43만여표였다. 교육감 선거 무효표가 시도지사 선거보다 훨씬 많았다는 점은 유권자들이 교육감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정보와 관심 속에 투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6·3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 결과 (4일 10시 현재)) 진보 교육감이 16명 가운데 10명이 당선됐다. 연햡뉴스

◆후보 정보 충분히 제공해야 = 단기 개선안은 현행 직선제를 유지하되 후보 정보 제공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언론, 교육 관련 기관이 후보 공약 비교표와 재정추계 자료, 정책 검증 결과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방송토론을 의무화하거나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교육감 후보의 공약이 교육과정, 기초학력, 돌봄, 학교안전, 교권보호, 예산 운용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유권자에게 충분한 판단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 과정을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금지돼 있지만 실제로는 진보·보수 진영 간 대결 구도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가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되지만, 단일화 방식과 여론조사 절차를 둘러싼 불복과 고소·고발이 반복돼 왔다. 이에 따라 선관위 또는 이에 준하는 공적 기관이 단일화 과정의 최소한의 절차와 투명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1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개최한 관련 세미나에서 고 전 제주대학교 교수는 “과도한 선거 비용과 홍보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길거리 유세 등 기존 방식을 변경하고 선관위가 주관하는 공약발표와 토론회 등을 확대하는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교육 전문가 단체로 구성되는 공약 검증단(매니페스토)을 운영하자는 안도 제시됐다.

◆직선제 폐지 주장도 나와 = 보다 근본적인 개편안으로는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제가 거론된다.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감 후보와 함께 출마하도록 하면 유권자가 지방행정과 교육정책의 방향을 함께 판단할 수 있고, 당선 이후 시도청과 교육청 간 정책 충돌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복지, 돌봄, 청소년 정책, 지역인재 양성 등은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협력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러닝메이트제가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시민단체인 서울교육미래시민연대는 8일 성명을 내고 “유권자들이 다른 투표용지에는 기표하면서도 교육감은 잘 모르거나 (투표) 의사가 없어 찍지 않고 나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깜깜이 선거, 부정선거, 금권선거로 전락한 교육감 직선제 폐지 국민운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러닝메이트제 등 현실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 국민운동본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선거 직후 논평을 통해 “진영 선거로 치르는 과정에서 선거인단 대리 등록, 경선 참가비 대납 의혹, 경선 불복이라는 부끄 러운 과정이 있었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교육계 의견 수렴을 거쳐 교육감 직선제 개혁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러닝메이트제는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시도지사 후보가 정당 공천을 받는 현실에서 교육감 후보도 사실상 정당정치에 종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교육 전문가나 교육자치의 대표라기보다 시도지사 후보의 선거 전략에 편입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2024년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나 김민전 국민의힘 등이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상임의에서 2년째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2023년 교육부가 한국행정학회에 의뢰한 정책연구(김문수 의원실 제공)에서 오세희 인제대 교수 등은 시도지사와 교육감 후보가 공동 또는 단독 후보 등록을 동시에 허용하는 ‘한국형 러닝메이트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시도지사 임명제 또는 시도의회 동의제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고 지방의회가 이를 검증·동의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선거 비용과 후보 난립 문제를 줄이고,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정책 일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교육감이 사실상 시도지사의 하위 행정 책임자처럼 될 수 있어 교육자치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반대가 만만치 않다.

정당추천제 또는 정당공천제 도입 주장도 있다. 현재처럼 후보자의 정당 관련 정보를 모두 배제하는 방식은 오히려 유권자의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정당이 후보를 추천하거나 공천하면 유권자는 후보의 교육정책 방향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반면 교육감 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부담이다.

교육 관계자 중심의 제한 선거 또는 간선제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학부모 교직원 학교운영위원 교육위원 등 교육과 직접 관련된 집단이 교육감을 선출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교육 현안에 관심과 이해가 높은 유권자가 참여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교육은 지역 전체의 공공정책이라는 점에서 일반 주민의 참정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 간선제 시절 금품 선거와 담합 논란이 있었던 점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 논의가 단순히 직선제 폐지 여부로만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직선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유권자의 교육정책 관심이 곧바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임명제나 러닝메이트제 역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나 국가교육위원회가 다양한 정책연구나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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