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일꾼 선거가 당권·총선 전초전 됐다”

2026-06-10 13:00:02 게재

총선 겨냥 국회의원이 공약 주도

“차기 권력에 눈 돌려 선거 패배”

여야 모두 지방선거 이후 내홍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지만 역대 어느 지방선거보다 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여야 모두 차기 당권과 총선을 염두에 두고 선거를 치른 탓이다. 일부 지역에선 후보 공천, 정책 공약, 선거 캠페인까지 지역 국회의원들이 쥐락펴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지방선거에 출마한 여야 기초단체장 후보 캠프에 따르면 후보 공천과 공약 채택, 선거운동 방식까지 지역 국회의원이 주도적 역할을 한 곳들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수도권의 A기초단체장 후보측에 따르면 지역 국회의원이 2년 뒤 총선을 염두에 두고 선거 공약을 만들어줬다. 해당 캠프 관계자는 “당내 후보 경선이 끝나고 정책공약 논의에 들어갔는데 의원실에서 알아서 만들어 줄테니 기다리라고 하더라”며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단체장 공약을 만들려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여당 기초단체장 당선인은 “한쪽에선 국회의원, 시장, 광역·기초의원들이 모여서 시장 공약을 중심으로 토론하며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해 공약을 조율했는데, 다른 지역구에선 국회의원쪽에서 알아서 할 테니 그럴 필요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사실상 총선에 대비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에서 여권 강세지역인 A시에선 민주당 시장 후보가 패배한 것을 두고 치열한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당내 세력이 분열된 후유증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해당지역 여권 관계자는 “경선 후유증의 이면에는 ‘친문’에서 ‘친이’로 바뀐 전·현직 국회의원들 간 세력 다툼이 작용했다”며 “시장은 물론 지방의원 공천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진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말했다.

경기지역 한 여권 관계자는 “공약을 멋지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주민·단체들과 후보가 접촉하면서 그들의 요구를 정책화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면서 차기 당권과 총선으로 눈을 돌린 것이 승리를 빼앗긴 이유”라고 주장했다.

선거운동 방식까지 중앙당 메시지에 따라 움직인 사례도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과 관련해 지방선거 후보와 선거운동원에게 매장 출입 자제를 요구했다. 이후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는 스타벅스 출입·물품반입 금지 방침까지 나왔다. 5.18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에 대응한 조치였지만 중앙정치권발 이슈가 지역 후보 캠프의 선거운동 지침으로까지 내려간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중앙당 논리가 지역 선거판을 흔들면서 지역개발 교통 복지 돌봄 산업정책 같은 생활 의제는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국정 안정론과 정권 견제론에 밀렸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진 지역에서는 중앙정치 구도가 지방선거 의제를 더 강하게 압박했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지방정부 운영 방향보다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와 중앙 정치인의 거취, 차기 정치구도가 더 큰 쟁점으로 부상했다. 지방선거가 지역 현안 중심으로 치러지기보다 중앙정치 재편의 전초전처럼 흘러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여야 모두 지방선거 이후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민주당에선 김관영 전북지사와 김영록 전남지사 등을 중심으로 '정청래 대표가 지방선거를 대표 연임 준비의 포석으로 활용해 사실상 패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장동혁 대표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근거로 전국 단위 재선거를 주장하며 여론전에 나섰으나 당 안팎에서 “선거 패배 책임론을 덮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윤어게인으로 회귀이자 부정선거 단일의제 황교안정당과 일체화를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곽태영·김신일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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