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공습 확대…이란, 해협 봉쇄

2026-06-11 13:00:03 게재

양측 모두 종전 임박 주장하지만 전장은 확전 … 휴전 붕괴 위기 고조

10일(현지시간)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167차 걸프협력회의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의 모습. 회의에서는 중동 안보 정세와 역내 협력 강화, 에너지·경제 현안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군사적 충돌 수위가 다시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미군 아파치 헬기가 격추된 데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이틀 연속 이란 본토를 공습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를 선언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양측이 모두 종전 합의가 임박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군사적 압박을 강화해 4월 이후 유지돼 온 휴전 체제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어제 이란을 강하게 때렸다. 오늘은 더욱 강하게 다시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종전 협상 문서 서명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협상은 사실상 마무리됐고 이란이 해야 할 일은 서명뿐”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는 곧바로 현실이 됐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미 동부시간 오후 5시15분부터 이란 내 여러 목표물에 대한 추가 자위 공격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공격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은 앞서 “이란의 핵심 시설들에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며 대규모 공습을 예고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케슘섬과 키시섬, 반다르아바스, 미나브, 시릭 등 이란 남부 전략 거점에서 잇따라 폭발음이 들렸다. 해당 지역은 이란 혁명수비대와 해군의 해협 통제 거점이 집중된 곳이다.

미국은 이번 공격이 8일 발생한 미군 아파치 헬기 격추 사건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군은 전날에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방공시설과 감시 레이더 기지, 지상관제시설 등을 타격했다.

미국은 군사행동을 협상 압박 수단으로도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장관은 플로리다 맥딜 공군기지에서 기자들에게 “폭탄으로 협상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미국은 그 일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곧바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11일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폐쇄하고 유조선과 상선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통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란군은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은 발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언론들은 통항 금지 조치를 위반한 선박 2척에 대해 실제 사격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은 전쟁 발발 이후 해협을 통제해왔지만 최근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일부 상선의 통항을 사실상 허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기존의 제한적 통제를 넘어 사실상 완전 봉쇄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란은 미국의 추가 공격 시 중동 내 미군 자산에 대한 보복도 경고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군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란을 다시 공격한다면 새로운 미국 표적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어떠한 공격적 행동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란은 전날 미국의 공습 이후 바레인, 요르단, 쿠웨이트 등에 있는 미군 기지를 겨냥한 공격을 감행하며 맞대응에 나선 바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반시설 공격 위협에 대해 “전력과 수자원, 교통시설은 국민의 생명선”이라며 “이는 힘의 과시가 아니라 절박함의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란은 국가적 단결과 전문가들의 역량을 바탕으로 어떤 압박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측 모두 “합의가 매우 가까워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협상장 밖에서는 공습과 보복 위협이 이어지면서 휴전 체제는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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