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좋은 기회인데…국민의힘 ‘역주행’

2026-06-11 13:00:04 게재

이 대통령 지지도 급락하고 여권 내홍 … 정국 주도권 탈환 기회

장동혁 대표 부정선거 주장 … 친윤·영남 정점식 원내대표 당선

수도권 의원 “중도층·수도권 지지 얻을 기회 스스로 걷어찬 꼴”

소장파 의원들 “장 대표 스스로 보수라 생각한다면 물러나라”

6.3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제1야당 국민의힘이 정치적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지만, 연일 자충수를 두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동혁 대표는 부정선거 이슈를 잇달아 제기하고, 원내대표에는 원조 친윤으로 꼽히는 정점식 의원이 당선됐다. 국민의힘의 오랜 숙원인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 확장에 역주행하는 행태라는 비판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계기로 계엄·탄핵·대선 패배 정국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8~9일, 무선ARS,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0%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2주전보다 9.4%p 떨어진 50.4%를 기록했다. 정당지지도는 민주당(38.6%)과 국민의힘(38.1%)이 접전 양상을 보였다. 민주당은 선거 책임을 놓고 연일 내홍 양상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오랜만에 정국 주도권을 뺏어올 기회를 얻은 셈이다.

하지만 정국 주도권 탈환에 앞장서야할 장 대표가 부정선거 음모론 전파에만 매몰된 모습이다. 장 대표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인천시장 선거 송도 1·2동 관내 사전투표에서 국민의힘 유정복, 민주당 박찬대 후보 득표수가 완전히 일치했는데 그 확률이 5억9000만분의 1”이라며 보수 일각에서 수년째 주장해온 부정선거 음모론에 자신도 올라탔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올림픽공원 시위에 참석해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장 대표가 자신을 겨냥한 선거 패배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앞세운다는 관측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을 통해 “장 대표가 ‘5억9000만분의 1’이라는 숫자를 들고 나왔다. 확률을 무기로 빼 들었으면, 그 산식부터 공개해야 한다. 가정도 분포도 내놓지 않고 결론만 외치는 것은 계산이 아니라 주술”이라며 “공당의 대표가 검증되지 않은 숫자를 무기 삼아 사회의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10일 의원총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로 원조 친윤이자 영남 출신인 3선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의원을 선출했다. 이날 결선투표에서 정 의원은 55표를 얻어 김도읍(48표) 의원을 이겼다. 1차 투표에서는 정점식 47표, 김도읍 39표, 성일종 20표였다. 정 원내대표는 윤석열정부 당시 당 비대위원과 정책위의장을 거치면서 친윤 핵심으로 분류됐다. 당내에선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친윤 주류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여전히 역부족임이 확인됐다는 해석이다. 연장선상에서 장동혁체제도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정 원내대표는 장동혁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역임했다.

장 대표의 부정선거 주장과 정 원내대표 선출은 국민의힘이 직면한 중수청 확장 과제에 역주행하는 행보로 읽힌다. 중도층은 보수 일각의 부정선거 주장을 음모론으로 보고 거리를 두고 있다. 장 대표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할수록 중도층이 국민의힘과 거리를 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은 92명인데 이중 영남권 출신 의원은 59명(64.1%)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수도권 의원은 20명(21.7%)에 불과하다. 영남 출신인 정 원내대표 선출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정당으로 변신하는 데 별다른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욱이 정 원내대표는 친윤 색채가 강해 중도층 민심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10일 “장 대표가 연일 부정선거 음모론을 쏟아내고, 친윤과 영남권 의원들이 똘똘 뭉쳐 정 원내대표를 선출한 건 국민의힘이 중도층·수도권 민심을 얻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꼴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11일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의 교체를 주문했다”며 “장 대표가 진정 스스로 보수라 생각한다면 이제 그만 자리에서 물러나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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