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1분기 순이익 4.3조원, 일반은행 실적 넘어섰다
시중·지방·인터넷은행 순이익 4.2조 보다 많아
빚투 늘면서 가계대출 지난달 급증, 증가 추세
올해 1분기 국내 증권회사들의 당기순이익이 4조3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일반은행 당기순이익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전체 당기순이익을 넘어선 것은 아니지만 특수은행(산은·수은 등)을 제외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의 실적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61개 증권사 당기순이익은 4조3271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4428억원) 대비 1조8843억원(7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일반은행 순이익(4조2611억원) 보다 660억원 많은 수준이다. 국내은행 전체 당기순이익(6조6545억원)보다는 적지만, 특수은행 순이익(2조3934억원)을 제외한 일반은행 실적은 웃돌았다.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고 이중 일반은행은 1.6%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증권사들의 수익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작년 4분기 보다 2.4조 늘어 = 증권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 규모는 작년 당기순이익(9조6455억원)의 44.9%에 달한다. 증권사들은 작년에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한 분기 만에 작년 순이익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익을 냈다. 1분기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1조8606억원)와 비교하면 3개월 만에 2조4665억원(132.6%) 증가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분기에도 증가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3월 코스피 지수는 6000을 돌파했고 이후 8000을 넘어섰다.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증권사들의 수수료수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증권회사 수수료수익은 6조6929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646억원) 대비 3조3283억원(98.9%) 증가했다.
코스피 시장의 거래대금 급증으로 수탁수수료 수익은 4조30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조6185억원) 대비 2조6835억원(165.8%) 늘었다.
IB부문수수료는 9445억원으로 인수합병(M&A)·채무보증 수수료 등이 소폭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전년 동기(9437억원)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자산관리부문수수료는 6721억원으로 투자일임 및 펀드판매 수수료 증가 등으로 전년 동기(3548억원) 대비 3173억원(89.4%) 증가했다.
◆스페이스X 평가이익도 영향 = 증권사들의 1분기 자기매매손익은 4조1026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368억원) 대비 9658억원(30.8%) 증가했다. 주식·펀드관련손익(ETF 포함)이 코스피 지수 상승 등으로 7조2046억원 늘어난데 기인한다.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에 업계 첫 분기 순익 1조원대를 돌파했다. 우주 기업 스페이스X(SPACE X) 투자목적자산 평가이익 증가도 영향을 미쳤는데, 이후 상장 차익이 대규모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의 2분기 순이익이 1조1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1분기 신한은행(1조1576억원), KB국민은행(1조1002억원), 하나은행(1조1095억원) 실적과 맞먹거나 넘어선 수준이다.
업계 2위를 기록한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은 78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다. 이밖에도 키움증권(4773억원), NH투자증권(4757억원) 등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금감원은 “주가 상승 등에 따른 거래대금 급증으로 위탁매매부문이 실적 개선을 견인하며, 대형·중소형사 모두 양호한 실적을 시현했다”며 “대형 증권사는 자기매매·대출관련손익 등도 크게 증가했으나, 중소형사는 위탁매매부문 위주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수익성·건전성 추이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부실자산 상각을 통한 건전성 제고를 적극 유도하는 한편, 부동산PF 건전성 관리 강화, 유동성 규제체계 개편 및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제도의 실효성 제고 노력 등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출 규제’ 은행, 빚투로 신용대출 급증 = 국내은행은 이자수익자산 증가 등으로 이자이익은 계속 늘고 있지만,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로 인해 1분기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줄었다. 1분기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9000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4월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늘고, 5월에는 빚투 영향으로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전체적으로 대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4월 2조1000억원, 5월에는 6조9000억원으로 다시 급격히 늘었다.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은행권의 기타대출 증가액은 5월 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한도 대출(마이너스 통장)은 2조6000억원 증가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5월 가정의 달 자금수요, 주식시장 등의 영향으로 한도대출을 중심으로 한 기타대출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2분기 은행들의 당기순이익 증가폭도 커질 전망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등의 확대를 경고하고 나서면서 은행들이 자율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11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은행권 관계자들은 “고액 연봉자의 신규 신용대출 한도 축소, 신용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통한 상환 유도 등 다양한 자율관리 조치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진창 사무처장은 “향후 가계부채 증가 추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관리목표 미준수 금융회사에 대한 점검회의를 매주 개최해 관리계획 이행현황 등을 집중 점검하는 가계부채 비상 관리체계를 가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