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번 돈, 어떻게 나눌 것인가

2026-06-12 12:59:56 게재

초과 세수만으론 부족 … 정부 지분투자 논의 확산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미국 인공지능 안전 및 연구 회사인 앤트로픽(Anthropic)이 개발한 AI 비서 “클로드 미토스”의 로고. AFP=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만든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AI가 기업 이익과 주가를 밀어 올리면 정부도 법인세를 더 걷는다. 하지만 노동보다 자본의 몫이 커지면 기존 세금만으로는 불평등과 고용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1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부터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까지 AI 부를 가계와 나누는 방안을 거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AI 붐은 이미 거대한 부를 만들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 공동창업자인 젠슨 황 CEO가 보유한 지분은 4%에 못 미치지만 가치는 1750억달러에 이른다. 7년 만에 50배 늘었다.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최근 자금 조달은 회사 가치를 1조달러에 가깝게 평가했고,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의 추정 자산도 두 배 이상 불렸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 AI 덕분에 더 부자가 될 것이라고 보는 미국인은 3명 중 1명도 안 된다.

정치권 해법은 제각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올트먼 CEO가 주장해온 방안, 즉 AI 기업이 자발적으로 지분을 공공 부의 기금에 내고 그 수익을 장기적으로 가계에 돌려주는 구상을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미국 국민과 일종의 동반자 관계가 되는 것”이라며 “그들을 부자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AI 기업 가치의 50%를 한 차례 주식으로 과세해 미국인에게 “직접적인 소유 지분”을 주자고 주장한다.

논의가 힘을 얻는 배경은 부의 쏠림이다. 미국의 부는 상위 1%가 거의 3분의 1을 갖고, 하위 절반은 2.5%만 보유할 정도로 집중돼 있다. AI가 노동보다 자본의 수익률을 더 크게 높이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사람의 노동이 일부 대체되는 미래에는 AI 모델과 데이터센터를 가진 쪽에 이익이 몰린다.

공공 지분 투자의 장점은 AI 이익을 국민 눈에 더 잘 보이게 만들고, 소수 기업이 경제 활동 대부분을 장악할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기업이 새 주식을 발행해 기부하면 기존 투자자의 지분 가치는 희석된다. 정부가 직접 지분을 사면 고평가된 적자 기업의 손실을 납세자가 떠안을 위험도 있다.

문제는 규모다. 이코노미스트는 오픈AI와 앤스로픽이 각각 지분 3%를 내놓는다고 가정하면 현재 가치로 약 550억달러 기금이 생긴다고 계산했다. 이 기금이 매년 10% 수익을 내도 10년 뒤 규모는 약 1400억달러다. 해마다 4%만 지급하면 미국인 1명당 연 20달러에 그친다. 기업 가치가 크게 뛰어도 배당은 연 수백달러 수준이다.

그래서 산업 전체를 넓게 보는 방식도 거론된다. AI 연구소, 반도체 기업, 클라우드 기업의 시장가치에 매년 0.2%를 부과하면 현재 가치 기준으로 연 400억달러가량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어디까지를 AI 기업으로 볼지, 아마존·구글·스페이스X의 어느 부분을 과세할지 정하는 순간 논란은 커진다.

기금 사용 방식도 갈린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처럼 공공서비스 재원으로 쓸 수 있고, 알래스카 영구기금처럼 주민에게 현금 배당을 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아동 계좌처럼 대학 등록금이나 노후 자금으로 불리게 하는 방식도 있다.

부작용도 작지 않다. 정부가 규제자이자 주주가 되면 이해상충이 생긴다. 정치권은 보유 기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반독점 조치나 안전 규제를 주저할 수 있고, 흔들리는 기업을 살리려 할 수도 있다. 이는 기존 대기업을 더 강하게 만들고 경쟁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벤처스 창업자는 자본이득 과세와 AI 연산 사용 세금으로 실직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절충안으로 특정 AI 기업을 고르는 대신, AI 이익 과세나 업계 전반의 지분 출연으로 공공 부의 기금을 만들고 이를 넓은 주가지수에 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에게 AI 성장의 일부를 돌려주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 기업 과세 수준, 정부가 지분 보유 기업을 제대로 규제할 수 있을지, 실직자 지원 방식을 정하는 일은 과제로 남는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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