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장병 ‘선생님’…강남구 특별한 공부방
세곡동장학회-15특수임무비행단 맞손
동네주민 후원으로 장학금·진학 상담도
“군 복무 중에도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해서 바로 지원했습니다. 1년간 만나다 보니 관계가 끈끈해져서 개인적인 연락도 하게 됐습니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형준씨는 공군에 복무하던 지난해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서 특별한 인연을 만났다. ‘세곡동 청소년 공부방’에서 가르쳤던 학생이다. 이씨는 “주기적으로 연락하면서 입시 준비도 돕고 있다”며 “할 수 있는 한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22일 강남구에 따르면 이형준씨를 비롯해 총 6명이 강남구청장 명의 표창을 받았다. 공군15특수임무비행단에 복무하면서 공부방과 인연을 맺은 청년들이다. 구는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4개월까지 중·고등학생 멘토 역할을 수행하고 전역한 이들에게 표창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매주 화요일 저녁 동주민센터 업무가 끝난 시간에 군복을 입은 청년들과 동네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청년과 학생들은 1대 1로 짝을 지어 영어와 수학 문제를 푼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아이들에게는 자신만의 비법을 전수한다.
‘특별한 공부방’은 지난 2012년 시작됐다. 세곡동 지역공동체 조직인 ‘세곡나눔장학회’와 인근 ‘공군15특수임무비행단’이 손을 잡았다. 구는 “당시 보금자리주택 개발과 함께 전입 인구가 늘어나면서 원주민과 새 입주민이 어우러질 수 있는 지역 기반이 필요했다”며 “마을이 함께 청소년을 키우자고 출발한 장학회가 공군 부대에 지원을 요청했고 14년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군15특수임무비행단은 매주 장병 20명을 공부방에 보낸다. 장학회는 청년 선생님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을 선발해 짝을 지어준다. 학생들은 영어와 수학 가운데 희망하는 과목을 택해 도움을 받는다. 장학회에서는 참고서를 지원하고 민간 기관에서는 간식 등을 후원한다.
한 고3 수험생은 학원 대신 공부방에서 입시 준비를 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부터 4년째다. 학생은 “솔직히 전에는 까막눈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3등급을 노릴 만하다”며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잘해주는 선생님과 수능 전까지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부방 선생님이 되기 위해 부대에서 시험까지 치른 장병들 만족도도 높다. 올해 반장을 맡고 있는 이창윤(29) 상병은 “경쟁률이 8대 1에서 10대 1에 달한다”고 전했다. 1년 가까이 활동 중인 그는 “자칫 의미 없이 흘려보낼 수 있는 군 생활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학생이 어떤 고민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형같은 멘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채현(23) 상병은 지난 4월 말부터 중학생 멘토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설명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며 “말년 휴가 전까지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장학회는 주민들이 십시일반 내놓은 기금을 활용해 고교생과 대학생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원한다. 지난해에만 42명에게 6800만원을 지원했다. 출발 이후부터 따지면 총 451명이 5억290만원을 받았다.
지난 2022년부터는 대치동 입시전문기업과 협약을 맺고 진로·입시상담까지 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전문가와 1대 1 상담을 하면서 단순한 공부를 넘어 목표와 방향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중3부터 재수생까지 50만원 상당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최혜진 세곡동주민센터 주무관은 “당초 연간 10회로 출발했는데 호응이 좋아 50회로 확대했다”며 “지난해 상담 받은 학생 중 12명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했다”고 전했다.
강남구는 “청소년들은 공부를 넘어 세상에 도전하는 태도를 배우고 장병들은 아이들과 만남에서 희망과 용기를 다시 얻는다”며 “공부방은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따뜻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