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보복대행, 행동대원 넘어 총책 추적
운영자·자금관리책 잇단 구속
거래 플랫폼 범죄 윗선 추적
텔레그램을 통해 돈을 받고 사적 보복을 대신 수행하는 ‘보복대행’ 범죄가 행동대원 검거 단계를 넘어 총책 추적 단계로 접어들었다. 경찰이 최근 운영자와 자금관리책 등 윗선을 잇달아 검거하면서 의뢰·모집·실행이 분리된 조직형 범죄 구조가 드러나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인천 등지에서 발생한 사적 보복 대행 사건의 텔레그램 실운영자와 전국 단위 사건의 자금관리책을 검거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대구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현재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사적 보복 대행 범죄는 모두 87건이다. 이 가운데 80건은 검거했으며 실행위자 65명 중 23명을 구속했다. 나머지 7건은 추적 중이다.
사적 보복 대행은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범죄조직이 행동대원을 동원해 특정인의 주거지에 오물을 뿌리거나 래커칠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의뢰자를 모집하고 범행을 지시하는 형태로 조직화되고 있다.
경찰이 최근 구속한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와 자금관리책은 그동안 온라인상에서 확산한 보복대행 범죄의 윗선으로 지목된다. 범행은 의뢰·모집·실행이 분리된 구조로 운영됐다. 텔레그램 채널 운영진이 의뢰를 접수하고 실행자를 모집하면 개인정보를 확보해 범행에 활용하고 자금관리책이 의뢰비와 범행 대가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인천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인천·부산·경기·경북·제주에서 발생한 사적 보복 대행 사건 9건의 행동대원 4명을 모두 검거해 구속하고 이를 지시한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를 지난 15일 구속했다. 경찰은 이 운영자가 실행위자를 모집하고 범행을 지휘한 총책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해당 운영자는 지난 5월 행동대원 일부가 검거되자 베트남으로 도피했지만 현지에서도 추가 범행 2건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신원을 특정한 뒤 귀국을 유도했고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검거했다.
대구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도 지난해부터 전국 단위 범행을 지시한 또 다른 텔레그램 조직의 자금관리책 3명을 구속한 데 이어 최근 1명을 추가로 구속했다. 이들은 대포계좌와 가상자산을 이용해 의뢰비를 받고 범행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수사는 행동대원 검거 중심이던 수사가 범행 지시와 자금 흐름을 관리한 윗선 추적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찰은 운영자와 자금관리책을 중심으로 범죄 수익 구조를 추적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는 텔레그램을 통한 의뢰 중개와 행동대원 모집 등 범죄가 온라인 중개 구조를 통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이 범죄가 단순 재물손괴를 넘어 개인정보 범죄와 결합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3월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개인정보를 불법 유통한 조직원 3명을 구속했으며 이후 범죄 발생이 한동안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다른 기관에서도 개인정보가 유출됐는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발생 건수는 지난해 6건에서 올해 1~3월 62건으로 급증했고 4~6월에는 19건이 추가 발생했다. 경찰은 최근 텔레그램 운영자와 자금관리책 등 상선을 검거한 이후 범죄 발생이 급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시도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현재까지 검거된 상선 외에 다른 상선과 보복 대행 의뢰자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실행위자뿐 아니라 의뢰자까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사적 보복 대행 범죄는 개인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며 “실행위자뿐 아니라 의뢰자까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