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공습, 아시아 통화 흔들린다

2026-06-22 13:00:19 게재

워시 연준 첫 회의서 금리인상 신호 … AI 자금 쏠림도 달러가치 방어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은행 정책회의 후,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가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취임 초부터 예상보다 매파적인 신호를 내면서 아시아 통화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연초까지만 해도 미국 금리인하를 기대하던 시장은 첫 회의에서 올해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둔 연준의 태도를 확인했다. 달러는 곧바로 강세로 돌아섰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대니얼 모스 칼럼니스트는 22일 보도에서 워시 의장의 연준이 아시아 통화에 새 시련을 예고한다고 짚었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취임 전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완화적 통화정책 요구에 비교적 우호적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첫 통화정책회의(FOMC)에서는 물가 억제를 우선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연준 위원들이 올해 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도 시장에는 예상 밖이었다.

가장 먼저 압박을 받는 곳은 일본이다. 엔화는 달러당 161엔 안팎에서 거래되며 1986년 이후 가장 약한 수준 부근에 머물고 있다. 일본은행이 2024년 이후 5차례 금리를 올렸지만 엔화 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본 정부는 달러당 160엔을 크게 넘지 않도록 여러 차례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5월 27일까지 한달 동안 엔화 방어에 사상 최대인 740억달러를 썼다.

문제는 이번에는 개입 효과가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워시 의장의 발언 이후 달러 매수세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같은 수준에서 다시 대규모 개입에 나설지, 아니면 엔화가 조금 더 밀린 뒤 방어선을 다시 잡을지는 불확실하다. 모스 칼럼니스트는 외환시장 개입은 의지만큼이나 시점이 중요하다며, 달러 강세 베팅이 지나치게 쏠릴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봤다.

동남아시아의 부담도 크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맨 앞에 서 있다. 루피아화는 올해 사상 최저 수준까지 밀렸고, 이달에는 중요한 저지선인 달러당 1만8000루피아를 넘어섰다. 인도네시아 국채 수요도 급격히 약해졌다. 이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긴급히 기준금리를 0.25% 올린 데 이어 지난주에도 다시 0.25% 인상했다. 이 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정부의 경제팀과 재정정책에 대한 시장의 감시는 더 강해질 전망이다.

인도 루피화와 필리핀 페소화도 달러 강세의 부담권 안에 있다. 한국 역시 강달러가 이어지면 원화 안정과 외국인 자금 흐름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아시아 각국은 이미 외환시장 개입과 금리인상이라는 비용을 치렀다. 이들은 연준이 조금 숨을 돌릴 시간을 주기를 기대했지만, 워시 체제 초반 신호는 반대였다.

AI 투자 붐도 달러를 떠받치는 또 다른 축이다. 미국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대형언어모델 기업들이 집중된 시장이다. 전 세계 자금이 AI 성장에 올라타기 위해 미국 주식과 회사채, 데이터센터 투자로 향하면서 달러 수요도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달러가 쉽게 약해지지 않는 배경이다.

물론 달러 강세가 일방적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발표한 광범위한 관세 정책은 시장에 혼란을 줬고,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에 대한 압박과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시도는 연준 독립성 논란을 키웠다. 달러는 지난해 주요 통화 대비 8% 하락했고, 한때 ‘셀아메리카(미국 매도)’가 시장의 구호처럼 번졌다.

그럼에도 달러가 계속 약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달러는 외환거래, 무역 결제, 국경을 넘는 대출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연준의 작은 태도 변화도 세계 금융시장에 크게 울린다. 워시 의장은 첫 기자회견에서 이를 “연준의 새로운 장(new chapter)”이라고 표현했다. 아시아 통화에는 그 새 장이 곧 또 한 번의 방어전으로 읽히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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