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도 초고액자산가 자산관리는 인간의 몫

2026-06-22 13:00:21 게재

AI가 중상위 부유층 맡는다 씨티 자산관리사 500명 충원

상속·급락장 대응은 사람 몫

빌 게이츠(왼쪽)과 워런 버핏 2017년 1월 . AFP =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미국 중상위 부유층의 자산관리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인간 자산관리사는 앞으로 초고액자산가만을 상대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재편되고 있다. 표준화된 투자 자문은 AI가 맡고, 사람은 상속과 가업 승계, 시장 급락기 대응처럼 고객의 불안과 가족 갈등까지 세심하게 다뤄야 하는 영역에 집중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의 데바시시 파트나이크 수석 파트너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상위 부유층도 이제 AI를 통해 프라이빗뱅킹에 버금가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포트폴리오 설계와 세금 관리 등 정형화된 업무를 대신하면서, 단순 투자 조언을 제공해온 자산관리사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자산관리업계가 찾는 인재의 유형도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AI 도입이 곧바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회사들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산관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미국 소매금융 부문에서 자산관리사 400명, 프라이빗뱅크에서 직원 1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씨티그룹 최고경영자 제인 프레이저는 회사를 세계적 자산관리 선도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씨티는 수시간이 걸리던 자산별 투자비중 검토 작업을 거의 즉시 처리하는 AI 기반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있다. 조 보난노 씨티 자산정보 부문 책임자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최고투자책임자 명의의 이메일 초안을 만들고, 해당 내용이 고객에게 어떤 의미인지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씨티는 자녀의 대학 학자금 관리 등을 상담하는 대화형 AI 아바타도 도입하고 있다. AI로 고객 상담 횟수를 늘리고 자산관리사 1인당 담당 고객을 확대해 만족도와 거래 지속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초고액자산가를 상대하는 자산관리사에게는 오히려 인간적 역량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상속 자산을 가족에게 어떻게 배분할지 조율하거나 시장 급락기에 고객이 공포에 휩쓸려 성급한 매도에 나서지 않도록 설득하는 일은 AI가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파트나이크는 “고객의 분위기를 읽고 가족 간 역학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자산관리사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했다.

AI 기반 자산관리 도구는 이미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앤스로픽의 클로드와 오픈AI의 챗GPT, 알파벳의 제미나이는 포트폴리오 설계와 세금 최적화, 자선사업 검토 등을 지원한다. 세계 최대 자산관리회사 UBS에서는 미국 자문팀의 90%가 내부 AI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AI 확산은 새로운 전문인력 수요도 낳고 있다. 행동 데이터 과학자와 개인화 서비스 설계자, 인간 개입형 AI 감독 전문가 등이 대표적이다. 파트나이크는 “금융 전문성과 기술 이해도를 결합한 융합형 인재는 금융서비스업에서 가장 빠르게 수요가 늘지만 확보하기도 가장 어려운 인력”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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