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4년 만의 신흥국 강세장 주도
SK하이닉스 이익, 예상치 43% 웃돌아
삼성전자 주당순익도 전망치 16% 상회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분기 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43% 웃돌았고 삼성전자도 예상치를 16% 상회했다. 대만 TSMC는 전망치를 5.7% 넘어섰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와 첨단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과 대만 기술기업의 실적이 신흥시장 전체 이익 개선을 주도한 것이다.
이 같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 편입 기업들이 지난 5월까지 12개월간 기록한 주당순이익(EPS) 가중평균은 95.1포인트로, 1년 전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향후 12개월 전망치 94.6포인트를 넘어섰다. 신흥국 기업의 평균 이익이 1년 전 전망치를 웃돈 것은 202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신흥국 기업 이익은 고금리 여파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5% 감소했지만 지난해 AI 투자 확대와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런 실적 회복은 올해 들어 약 30% 오른 신흥국 증시가 투기적 거품이 아니라 펀더멘털에 기반하고 있다는 강세론에 힘을 싣고 있다. 영국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아치 하트는 “이는 분명한 변곡점”이라며 “시장이 실적도 없이 먼저 부풀어 오른 게 아니라, 이제야 그 상승이 실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기술주는 미국 경쟁사보다 이익 증가세가 빠른데도 가격은 크게 할인돼 있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지수는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의 46배가 넘는 수준에서 거래되지만 MSCI 신흥국 정보기술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3배에 그친다. 신흥국 기술기업이 미국 경쟁사보다 빠른 이익 증가율을 기록하면서도 큰 폭의 할인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하트는 미국 주식에 배분된 자금의 5%만 신흥국으로 이동해도 시장 규모 차이 때문에 신흥국 투자액이 약 30%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실적 개선은 반도체 밖으로도 번지고 있다. 인도 국영 정유회사 인디안오일은 시장 전망치를 33%, 브라질 전력회사 에네바는 44% 각각 웃돌았다. 에너지 기업은 올해 2분기부터, 금융기업은 지난해 말부터 전망치를 상회했고 원자재와 산업재 기업의 이익도 예상치에 근접했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체이스는 AI 관련주에 집중된 상승세가 산업재와 방산, 원자재 등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기술주 쏠림은 부담이다. 아시아 기업의 실적 개선 폭은 큰 반면 필수소비재와 경기소비재, 헬스케어, 부동산, 유틸리티는 여전히 전망치를 밑돌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루미스세일스의 아시시 처그는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승세는 여전히 일부 업종에 국한돼 있다”며 “EPS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기술업종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디플레이션 탈출과 산업 경기 회복, 신주 발행 둔화와 자사주 매입 확대가 실적 반등을 다른 업종으로 확산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2010년 이후 신주 발행 급증으로 EPS 증가율이 최대 6%p 낮아졌지만 최근 이 흐름도 뒤집히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은 달러 약세와 주요국의 재정지출 확대, 장기 AI·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신흥국 증시에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