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두배 늘린 공정위, 21년 만에 대기업 저승사자 부활
디지털 독점·민생 담합 전면전 … 10월부터 본격 가동
경제분석국 확대개편 … 대규모 정예인력 수급이 열쇠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두 차례에 걸친 파격적인 조직확충을 단행하며 이재명정부의 시장 개혁을 이끌 핵심 부처로 거듭난다.
1년 만에 정원이 400명 이상 늘어나면서 과거 시장감시의 맹주로 이름을 떨쳤던 조사국이 21년 만에 사실상 부활한다. 한층 정교해진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불법·불공정 행위를 엄단하고 온라인 플랫폼의 디지털 독점을 전방위로 압박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공정한 시장경제’ 행동대장 = 공정위는 최근 237명 규모의 인력과 조직을 확충하는 내용의 ‘공정위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 입법예고를 마쳤다. 남은 행정 절차를 마무리한 뒤 올해 10월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이번 조치는 올해 들어 단행되는 두 번째 대규모 증원이다. 공정위는 올해 1분기에도 상임·비상임 위원을 9명에서 11명으로 증원했다. 가맹유통심의관과 경인사무소를 신설하며 이미 167명을 확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온라인 플랫폼 입점 업체 보호와 대기업 총수 일가의 부당내부거래 엄단을 강조해 왔다. 이번 조직 개편은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이재명정부 출범 전 647명에 불과했던 공정위 정원은 1차 증원을 거쳐 815명이 됐다. 이번 2차 증원이 완료되면 총 1052명 체제로 전격 확대된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조직 규모가 400명 이상 불어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중점조사기획단 신설 = 이번 2차 조직개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조사관리관 산하에 신설되는 중점조사기획단(기획단)이다. 기획단은 고위공무원단 1명을 포함해 총 33명이 한시 증원되는 국 단위의 대형 조직이다.
재계가 이번 기획단 신설에 긴장하는 이유는 이 조직이 과거 ‘대기업 저승사자’로 군림했던 조사국과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조사국은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 개념이 생소하던 1996년 신설돼 주요 대기업의 비리를 파헤치며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다. 그러나 과도한 기업 규제라는 비판과 함께 시장친화적 행정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에 밀려 2005년 12월 폐지됐다.
이후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도 조사국 부활 시도가 있었지만 재계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공정위는 궁여지책으로 2017년 기업집단국을 만들고 2024년 1월 중점조사팀을 신설해 명맥을 이어왔다. 이번 기획단 신설은 마침내 국 단위의 강력한 기획 조사 전문 조직을 21년 만에 공식 복원해 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기획단은 앞으로 여러 구조적 문제가 얽혀 조사가 까다로운 고난도 사건을 전담한다. 특히 최근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 7곳에 67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밀가루 공급 가격 담합 사건처럼 서민 경제를 직접 위협하는 민생 담합이나 전국 단위의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건을 집중 조사할 전망이다.
조직의 지속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기획단은 우선 2028년 9월 30일까지 2년간 운영되는 한시 조직으로 출범하지만 공정위 내부에서는 실질적인 성과에 따라 존속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꼼수 잡는 ‘두뇌’ 경제분석국 격상 = 공정위는 단순히 인력만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고도화되는 시장 반칙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지능형 조직으로 개편을 꾀했다. 과 단위에 머물던 경제 분석 기능을 37명 규모의 국 단위로 대폭 확대재편해 경제분석국을 신설하는 것이 또 다른 축이다. 이를 위해 15명의 전문 인력이 추가 증원된다.
경제분석국은 기획단과 달리 존속기간에 제한이 없는 상설 조직으로 운영된다.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지휘 아래 박사급 인력들로 채워질 이 조직은 공정위의 씽크탱크이자 ‘두뇌’ 역할을 맡게 된다.
핵심임무는 온라인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정교한 독점 행위를 입증하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이 막대한 데이터를 독점하고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등 고도의 기술적 꼼수를 부릴 때 위법성을 정밀하게 입증해 내는 경제 분석 업무에 초점을 맞춘다. 빅테크 기업들과의 소송전에서 법적 논리를 완벽히 뒷받침하겠다는 계산이다.
◆전문직 중심의 대규모 특채 예고 = 민생 접점인 지역 시장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지방사무소의 조사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70명의 인력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대규모 증원에 따라 새로 유입되는 조사 인력들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교육 전담 과인 조사교육담당관도 새로 문을 연다.
과제는 대규모 인력을 얼마나 빠르게 정예화하느냐다. 10월 1일 조직 개편 시행 당일에 모든 인력을 채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공정위 안팎의 관측이다. 공정위는 단순 행정직 위주의 충원을 지양하고 시장을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는 전문가들로 조직을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변호사와 회계사, 경제학 박사 등 전문경력직 특별채용을 대폭 확대 신청했으며 신입 공채 규모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량이 검증된 다른 정부 부처의 베테랑 인력 전입도 적극 받아들여 신설 조직의 조기 안착과 강력한 조사 기강을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부활한 조사국과 스마트해진 경제분석국을 양 날개로 단 공정위가 향후 대기업 집단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공정한 시장경제 파수꾼’의 힘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