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투자풀 100조 시대…국민성장 1호펀드 7일 만에 1100억 모집

2026-06-24 13:00:01 게재

연기금투자풀 분야 제도개선 이후 첫 성과

정부 “공공자금 혁신성장 마중물 역할 강화”

벤처·첨단산업계에 ‘가뭄의 단비’ 될지 관심

정부 공공자금의 핵심 운용 축인 연기금투자풀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둔 가운데 공적 자금을 미래성장동력에 투입하기 위한 제도적 혁신이 첫 결실을 맺었다.

24일 기획예산처는 연기금투자풀을 통해 조성한 ‘연기금 국민성장 1호 펀드’가 최초 개설 이후 7일 만에 누적 모집금액 11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연기금투자풀 대체투자상품 중 최단기간에 1000억원을 돌파한 기록이다. 이번 성과는 수익률을 넘어 국가 미래산업에 생산적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6차 기획예산처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기획예산처 제공

◆개설 7일 만에 1100억 돌파 =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연기금 국민성장 1호 펀드는 지난 6월 9일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최초로 자금을 출자하며 문을 열었다. 일주일 뒤인 16일 무역보험기금이 약 800억원의 대규모 추가 출자를 확정하면서 투자 규모가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개설 일주일 만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연초 정부가 공언했던 혁신성장 분야 투자확대 정책의 가시적인 첫 성과를 증명해 낸 셈이다.

이번 펀드는 연기금투자풀의 주간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이 한국성장금융과 협업 설계하고 출시한 특화 상품이다. 자금이 한곳에 쏠리지 않도록 국민성장펀드 자펀드 등 다양한 혁신성장 분야에 분산투자하는 구조로 운용된다.

연기금투자풀 내부에서 혁신성장 분야를 겨냥해 조성된 상품으로는 지난해 8월 총 405억원 규모로 출범했던 벤처투자 목적의 ‘LP 첫걸음 펀드’(무역보험기금 200억원, 모태펀드 200억원, 한국벤처투자 5억원) 이후 두 번째 성공 사례다. 특히 이번 펀드는 개별 기금의 여유자금을 따로 굴리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났다. 투자풀 내 여러 기금의 자금을 한데 모아 공동으로 운용하는 ‘풀링투자’ 방식을 도입했다. 독자적인 대규모 자산운용이 어려웠던 소규모 기금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게 됐고 전체적인 모집 규모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평가 배점 2배로 늘려 자금유입 = 최단기간 자금모집이 가능했던 배경엔 기획예산처의 치밀한 사전 제도개선과 유인책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올해 초 ‘기금 자산운용 기본방향’과 ‘기금운용평가지침’을 선제적으로 개정, 공공자금이 혁신성장 전선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닦았다.

정부는 먼저 기금 자산운용 기본방향을 개정해 연기금 자금이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공적 역할과 당위성을 명시했다. 이어서 자산운용 담당자들을 움직이게 할 실질적인 ‘당근’도 제시했다. 연말 기금평가 잣대가 되는 기금운용평가지침에서 혁신성장 분야 투자에 대한 가점을 기존 1점에서 2점으로 늘렸다. 평가 항목 중 하나인 ‘공공성 확보 노력도’ 부문에는 국민성장펀드를 명시적으로 포함, 공적기능에 대한 평가체계를 강화했다. 수익률 하락을 우려해 보수적인 투자에 머물던 기금 운용 담당자들에게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한 것이다.

정부는 제도정비에 이어 현장과의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지난 5월 29일 기획예산처는 연기금 및 공공기관 자산운용 담당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연기금투자풀 금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연기금 국민성장 1호 펀드의 구체적인 구조를 소개하고 정책자금의 생산적 역할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세미나를 통한 인식 확산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실제 연기금들의 1100억원 규모 초고속 투자집행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3단계 간접투자 고리 = 이번에 출범한 연기금 국민성장펀드는 철저히 계산된 3단계 간접투자 구조를 취하고 있다. 1단계로 투자를 희망하는 공공기금들이 주간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의 통합펀드인 ‘연기금통합 국민성장 1호’에 자금을 위탁한다.

2단계에서는 이 통합펀드가 한국성장금융이 관리하는 하위 개별펀드인 ‘연기금 국민성장매칭 1호’에 자금을 출자한다. 최종 3단계에서는 이 매칭펀드를 통해 모펀드 격인 ‘국민성장펀드’ 등 전방위 혁신성장 분야에 실제 자금을 집행하는 형태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 외에도 연기금 혁신성장펀드, 상장기업 혁신성장펀드 등 다양한 루트로 전략적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 펀드가 흘러 들어갈 모체인 ‘국민성장펀드’는 대한민국 전략적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5년간 총 150조원 규모 조성을 목표로 한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다. 일반 정책성펀드와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참여형펀드로 나눠 간접투자가 진행된다. 연기금의 여유자금은 이 중 ‘일반 정책성펀드’의 민간투자자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다.

올해 2026년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방식 운용계획을 살펴보면 총 6조2200억원 조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 중 정부의 정책 출자금은 2조2300억원이며 연기금을 포함한 민간자금 유치 목표는 3조9900억원이다. 이를 세부적으로 쪼개면 일반정책성펀드가 5조5000억원(정책출자 2조800억원, 민간자금 3조42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참여형펀드가 7200억원(정책출자 1500억원, 민간자금 5700억원) 규모다. 이번에 달성한 1100억원의 자금은 올해 민간 유치 목표액을 달성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적 자금 패러다임 바꾼다 = 올해 5월 말 기준 연기금투자풀의 전체 운용규모(순자산가치)는 이미 90조2000억원에 도달했다. 명실상부한 ‘자금규모 100조원 시대’를 목전에 둔 시점이다.

기획예산처는 덩치가 커진 만큼 연기금투자풀의 패러다임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의 연기금 자산운용이 안전성과 소극적인 단기 수익률 제고에 매몰되어 있었다면 앞으로는 공적 자금이 대한민국 신산업을 키우는 핵심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창길 기획예산처 재정성과국장은 “연기금투자풀의 규모가 1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자금의 사회적 책임과 생산적 운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삼성자산운용 등 주간운용사와 긴밀히 협력해 연기금과 공공기관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혁신성장 투자상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연기금투자풀 제도 자체를 선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공공자금 대수술이 대규모 투자금 유입을 기대하는 벤처·첨단 산업계에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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