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계 고질병 ‘중도해지 위약금’ 갈등 해소될까
공정거래조정원, 5대 편의점 본부와 상생협력간담회
가맹분야 분쟁 중 편의점 35% … ‘부당한 손배’ 최다
편의점 가맹점주에게 전가되는 과중한 중도해지 위약금 등 가맹업계의 고질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조정원)과 편의점 가맹본부가 한자리에 모였다. 조정원 공정거래종합지원센터는 26일 조정원 심의실에서 편의점 업종의 분쟁예방을 위한 가맹본부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편의점 중도해지 때 발생하는 과도한 위약금 청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마련됐다.
◆가맹분야 분쟁 3건 중 1건은 ‘편의점’ = 조정원의 최신 분쟁조정 데이터에를 보면 편의점 관련 분쟁은 매년 꾸준히 접수되며 가맹사업거래 분야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25년 한 해 동안 가맹사업거래 분야에서 접수된 분쟁조정 건수는 총 691건이다. 이 가운데 (주)비지에프리테일, (주)지에스리테일, (주)코리아세븐, (주)이마트24, (주)씨스페이시스 등 국내 주요 편의점 5개사 관련 분쟁은 241건이다. 전체 가맹 분쟁의 34.9%를 차지한다.
특히 주요 분쟁유형을 살펴보면 가맹점주들의 생존과 직결된 ‘중도해지 위약금 청구’ 등 부당한 손해배상의무 부담 관련 분쟁이 가장 두드러졌다. 가맹분야 총 691건의 분쟁 중 161건(23.3%)이 이 유형에 속했다. 이 중 편의점 5개사에서 발생한 위약금 분쟁만 89건으로 집계돼 업계 내 갈등의 핵심 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간담회에는 편의점 5개사의 분쟁조정 실무 담당자들이 전원 참석했다. 조정원은 가맹본부 측에 △해지 위약금 부과 관행의 실질적 개선 △가맹점주협의회와의 성실한 협의 의무 준수 등을 촉구했다.
◆과도한 위약금에 허덕이는 점주들 = 실제 조정원에 접수된 분쟁사례를 살펴보면, 영업 악화나 불합리한 계약 조항으로 중도해지를 원하더라도 막대한 위약금 부담 때문에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의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편의점주 ㄱ씨는 기존 점포를 인수해 운영을 시작했으나, 4개월 만에 심각한 영업적자가 누적돼 가맹본부 ㄴ사에 폐점을 요청했다. 그러나 ㄴ사는 총 계약기간 5년을 채우지 못했다며 철거비 등 일반 폐점 비용 외에도 1000만원의 ‘영업위약금’을 추가로 부과했다. ㄱ씨는 매출 저조로 인한 불가피한 해지라고 호소했지만 본부는 매장 운영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는 매출 저조에 따른 위약금 면제대상이 아니라며 맞섰다.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는 ㄱ씨 매장의 실제 매출이 당초 본부가 제시한 예상매출액에 크게 미치지 못한 점을 짚어냈다. 협의회는 “운영기간이 1년 미만이라 하더라도 이 같은 상황에서는 영업위약금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위약금 전액면제 조정안을 제시했고, 양측이 수락하며 극적으로 조정이 성립됐다. [
편의점주 ㄷ씨는 가맹계약을 갱신하며 계약기간을 5년 5개월(65개월)로 정하고, 본부 ㄹ사로부터 특별영업장려금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당시 계약서에는 ‘점주 사정으로 계약이 중도 종료되면 지원금을 전액 반환한다’는 합의서가 포함됐다. 이후 ㄷ씨가 개인사정으로 계약 만료를 약 1년 앞두고 해지를 요청하자, ㄹ사는 합의서를 근거로 5000만원 전액 반환을 청구해 분쟁이 일어났다. 분쟁조정협의회는 반환 약정 자체는 유효하다고 봤으나, 본부와 맺은 가맹계약(65개월)과 상가 건물주와 맺은 매장 임대차계약(60개월)의 만료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에 주목했다. 점주가 임대차계약이 끝난 후에도 가맹계약 기간 때문에 전체 지원금을 반환해야 하는 위험을 전부 책임지는 것은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협의회는 임대차계약 만료 시점까지만 가맹계약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남은 5개월 분에 해당하는 400만원만 반환하도록 조정안을 냈고 이 역시 원만히 합의됐다.
◆‘공정거래종합지원센터’ 개소 = 이날 간담회를 주도한 조정원 산하 ‘공정거래종합지원센터’는 갑을분야 중소사업자의 원스톱 피해구제 지원과 선제적 분쟁 예방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4월 1일 문을 열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불공정 거래 행위로 피해를 봤을 때 전문적인 법률 상담과 교육, 법률 조력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통합 앵커 역할을 맡고 있다.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공정위에 신고를 할 경우엔 조정신청서나 고발장 작성까지 도와준다.
센터는 일회성 분쟁 해결을 넘어 시장의 고질적인 악습을 뿌리 뽑기 위한 제도개선 활동에 초점을 맞춘다. 조정원은 향후 편의점 가맹본부들과의 정례적인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한편, 본부 임직원을 대상으로는 가맹사업법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전국 편의점 점주들이 계약 체결과 해지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점주 맞춤형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대기업과 중소사업자 간 불공정거래행위로 발생한 분쟁을 소송 대신 신속하고 경제적인 ‘분쟁조정’을 통해 구제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된 공정위 산하기관이다. 일반불공정거래를 비롯해 가맹, 하도급, 대규모유통, 대리점, 약관 등 총 6개 분야의 사업자 간 분쟁조정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 2024년 기준 연간 4041건을 접수해 3840건을 처리했다. 2025년에는 4726건을 접수하고 4407건을 처리하는 등 폭증하는 불공정 분쟁 해결의 최전선에서 활약 중이다. 김정기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원장은 “가맹본부와 점주는 공동의 성장을 추구하는 상생의 파트너”라며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업계에 뿌리 깊은 과도한 위약금 부과 관행이 개선되고 자율적인 상생협력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