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정책, 청년의 삶 지원으로 전환해야”
보건사회연구원·저출산고령사회위 인구포럼 … 전문가들 “일자리, 주거, 일·가정 양립 정책 묶어야”
최근 출생아 수 반등이라는 긍정적 신호를 단순한 출산 장려정책의 성과로 해석하기보다 △청년들의 삶과 가치관 변화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청년 참여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4일 개최한 제42회 인구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저출생 대응 정책이 단순 ‘출산 지원’에서 ‘청년의 삶 지원’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출생아 수 반등 이면, 혼인 증가와 가치관 변화 시작 = 이날 이지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출생아 수 증가를 인구학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출생아 수는 23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증가하며 9년 만에 반등했고, 2025년에는 25만4000명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반등의 원인으로 △코로나19 시기 결혼 지연 효과 △1991~1995년생 여성들의 주 출산연령 진입 △2022년 이후 혼인 증가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최근 증가세는 출산행태 변화라기보다 코로나 시기 억눌렸던 혼인이 정상화되는 과정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2024~2025년 출생 증가를 견인한 집단은 30대 여성이다. 30대 초반 유배우 여성의 출산 증가와 첫째아 출산 증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2023~2024년 출생아 수 증가 요인의 상당 부분이 ‘30대 유배우 여성 출산’과 ‘30대 인구 증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김은정 연구위원의 ‘한국의 혼인실태와 가치관 변화’ 발표는 이러한 현상을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설명한다. 최근 혼인율이 반등하고 있으며 남녀 모두 합계초혼율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15~49세 기준 혼인율이 2024~2025년 들어 반등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를 낙관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혼인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이 일부 개선되고는 있지만,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조건이 충분히 개선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출산자 조사에서도 출산 결정 요인으로 배우자와의 관계, 안정적인 일자리, 양육 부담 완화, 주거 안정성이 중요하게 나타났다. 향후 출산 의향을 가진 응답자는 63.1%였지만, 안정적 일자리와 양육 부담 완화, 일·가정 양립 등이 전제 조건으로 제시됐다. 즉 현재의 출생아 수 반등은 구조적 전환의 시작일 수는 있지만, 아직 추세적 회복을 장담할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다.
◆청년은 정책 대상이 아닌 정책 설계자 = 이날 포럼에서는 청년이 정책의 수혜자가 아닌 정책 생산자로 참여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김민정 보건복지부 2030 청년자문단 위원, 김한성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참여권리분과장, 곽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김동진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고우림 서울대 연구교수 등은 정책 결정 과정 참여 경험을 공유하며 청년 참여 거버넌스의 한계와 가능성을 논의했다.
포럼이 제기한 핵심 질문은 청년의 목소리가 단순한 참고자료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실제 정책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것인가였다. 전문가들은 “청년의 목소리가 참고용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거버넌스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구정책의 연계 제안이 나왔다. 박종서 연구위원은 가치관과 일·가정 양립을, 최선영 부연구위원은 가족형성과 지역청년·젠더 문제를, 조성호 부연구위원은 만남과 결혼을, 나원희 부연구위원은 자산 불평등과 교육 문제를 각각 다루며 청년의 삶 전반을 인구정책의 범주 안에서 재구성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출생 정책을 출산 지원정책으로 한정하지 않고 △청년 일자리 △주거 △자산 형성 △지역 정착 △성평등 △일·가정 양립을 하나의 정책 체계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인구 문제는 고용·주거·교육·젠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응축된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오 부위원장 역시 “인구정책을 청년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정책으로 확장하고 청년을 정책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