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초미세먼지, 뇌를 위협한다…"조리 시 환기 필수"
질병청·보건연구원 연구 조리 연기, 치매 높일 가능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가 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동물모델에서 조리 연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기억력 저하와 치매의 대표적 병리인 아밀로이드-베타(Aβ) 축적이 가속화되는 현상이 확인되면서 국민 건강관리 차원에서 ‘실내 공기질 관리’가 새로운 예방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실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PM2.5)가 인지기능 저하를 유도할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Indoor Air’에 발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는 대기오염이 아닌 ‘실내 조리 연기’가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리 연기가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친 근거에 대해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형질전환 마우스와 일반 마우스를 대상으로 돼지고기 조리 과정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PC-PM2.5)를 농도 200㎍/㎥ 수준으로 하루 4시간씩, 주 5회, 4주 동안 흡입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여러 측면에서 뇌 건강 악화를 시사했다. 첫째,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인 아밀로이드-베타 축적이 증가했다.
초미세먼지 노출군에서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대뇌피질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증가했다. 혈액 속 Aβ40과 Aβ42 농도도 함께 상승해 뇌 병리가 전신 수준에서도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기억력과 공간 인지 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됐다. 새로운 위치에 놓인 물체를 인식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NLR 검사에서 초미세먼지 노출군의 변별지수(DI)가 30% 이상 감소했다. 이는 초기 치매에서 나타나는 공간 기억력 저하가 조리 연기에 의해 더욱 빨라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셋째, 기억 형성과 신경세포 연결 기능이 약화됐다.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BDNF와 p-CREB 단백질의 발현이 감소했고 신경세포 간 연결을 유지하는 PSD95 역시 감소했다. 이는 뇌세포 간 정보 전달 능력이 떨어지고 시냅스 가소성이 저하됐음을 의미한다.
넷째, 폐 염증과 전신 염증도 함께 증가했다. 기관지 폐포세척액에서 대식세포와 중성구가 증가하고 폐 조직 염증이 심해졌으며 기도 과민성도 높아졌다. 연구진은 호흡기를 통해 흡입된 초미세먼지가 전신 염증을 유발하고 이것이 뇌 병리 악화와 연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아직 동물실험 단계다. 연구책임자인 김영열 국립보건연구원 호흡기·알레르기질환연구과장은 “실내 환경요인이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생과 진행을 유발할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제시한 결과”라며 “인체에 대한 영향은 앞으로 역학연구를 통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연구는 국민들의 생활습관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내 초미세먼지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요인”이라며 “실내 공기질 개선과 조리 시 환기 강화는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 위험을 낮추는 잠재적인 예방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리 시 실내 공기질 관리 요령에는 △조리 시작 전부터 환풍기를 가동하고 조리가 끝난 뒤에도 일정 시간 계속 가동한다. △가능하면 창문을 열어 자연환기를 병행한다. △튀김이나 고온 볶음처럼 연기가 많이 발생하는 조리에서는 환기를 더욱 강화한다. △주방과 거실이 연결된 구조에서는 가족 전체가 함께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 △노인, 치매 고위험군, 임산부, 어린이는 조리 연기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실내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생활습관을 평소 유지하고 공기질 관리에 관심을 기울인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