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가폭력 피해 국가배상 잇따라 인정
김포 민간인 희생 29억 배상 확정
선감학원 피해자 7억8천만원 승소
한국전쟁 전후 국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과 선감학원 강제수용 피해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집단 희생과 장기간 강제수용 모두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4부(정하정 부장판사)는 한국전쟁 당시 ‘김포지역 민간인 희생사건’ 유족 7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총 29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유족들이 청구한 49억1000여만원 중 일부를 인정했다 이 판결은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지난 10일 확정됐다.
김포지역 민간인 희생사건은 1950년 9월부터 1951년 1월까지 경기 김포에서 경찰과 치안대가 주민들을 부역 혐의자 또는 가족으로 지목해 적법한 절차 없이 집단 살해한 사건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3년 국가 공권력에 의한 희생으로 진실규명했다.
재판부는 “국가 소속 군·경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희생자들을 사망하게 한 것은 생명권과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희생자와 유족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오랜 시간이 지나 직접 증거 확보가 어려운 과거사 사건의 특성상 진실화해위 조사보고서와 진실규명 결정은 사실인정의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다른 과거사 사건인 선감학원 강제수용 사건에서도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41단독 곽경평 부장판사는 6·25전쟁 직후 10년간 선감학원에 강제수용돼 노역과 폭행을 당한 피해자 A씨에게 국가와 경기도가 2억8600만원을 공동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선행 소송에서 5억원 배상 판결을 확정받아 총 7억8600만원을 지급받게 됐다.
A씨는 1955년 8세의 나이로 선감학원에 수용돼 10년간 뽕잎을 따거나 밭농사에 동원되는 등으로 강제노역을 했고 폭행으로 척추를 다치고 악몽과 수면장애 등 후유증을 겪었다.
재판부는 “경기도는 선감학원을 운영하며 아동의 신체 자유를 침해하고 노동력을 착취했고, 대한민국은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며 국가와 경기도의 공동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이어 “선감학원 강제수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개입해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라며 “유사한 인권침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억제와 예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