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기업 부실이 ‘이상징후’ 신호탄…AI로 기업 위험 조기 포착

2026-06-25 13:00:02 게재

부도기업 45%, 관계기업서 먼저 위험 발생

대표자 개인사업장 부실 땐 부도율 20% 넘어

부도기업 2곳 중 1곳은 관계기업에서 먼저 부실 징후가 포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자가 운영하는 개인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본기업의 부도율은 20%를 넘었다. 이는 관계기업의 이상 징후가 본기업 부실을 미리 알려주는 조기경보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4일 한국평가데이터(대표이사 홍두선, KODATA)는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제4회 KODATA 혁신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호열 한국평가데이터 데이터사이언스센터장이 발표한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관계리스크 탐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2023~2025년) 동안 부도가 발생한 법인 2만6843곳 가운데 1만2113곳(45.13%)은 관계기업에서 먼저 부도나 장기연체, 조기경보 등 위험 신호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상기업의 관계리스크 발생률이 약 12%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관계리스크는 지분이나 경영진, 개인사업장 등으로 연결된 관계기업에서 부도나 연체 등 신용위험이 발생해 본기업으로 확산되는 위험을 말한다.

한국평가데이터는 관계기업을 △주주 △특수관계사 △대표-대표 △대표-임원 △임원-대표 △대표자 개인사업장 △자금대여 등 7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들 관계기업에서 부도나 90일 이상 장기연체, 또는 조기경보 ‘주의’ 이상 등급이 발생하면 이를 관계리스크로 정의했다.

관계리스크 발생 여부에 따른 부도율을 비교한 결과, 관계기업에서 부도나 장기연체, 조기경보 ‘주의’ 이상 등 위험 신호가 발생한 기업의 부도율은 10~13%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관계리스크가 없는 기업의 부도율은 2%대에 그쳐 관계리스크에 노출된 기업의 부도위험이 약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표자가 운영하는 개인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한 경우 본기업의 부도율은 2023년 21.69%, 2024년 17.70%, 2025년 23.12%로 20% 안팎에 달해 가장 위험도가 높은 관계 유형으로 분석됐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비외감기업이 관계리스크에 더 취약했다. 비외감기업에서 관계리스크가 발생하면 부도율은 11~14% 수준으로, 외감기업 관계리스크 발생시 부도율(6~8%) 보다 더 높았다.

부실이 전이되는 속도도 확인됐다. 비외감기업은 관계기업에서 부실이 발생한 뒤 본기업까지 위험이 전이되는 기간이 평균 5~9개월 수준이었다. 특히 대표자의 개인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한 경우 평균 155일(약 5개월) 만에 본기업으로 위험이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감기업은 관계유형별 평균 전이 기간이 175~266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전이 기간을 활용하면 관계기업의 이상 징후를 바탕으로 본기업의 부실 위험을 사전에 관리할 수 있다.

최근 법인기업 신용위험이 높아지면서 기업 부실에 대한 선제적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법인기업 연체율은 2023년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법인 파산 신청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법인기업 대출 연체율은 2023년 3월 0.35%에서 2024년 3월 0.48%, 2025년 3월 0.62%로 상승한 뒤 올해 3월에는 0.68%를 기록했다. 법인 파산 신청은 올해 1분기 580건으로 2023년 1분기(326건)보다 크게 늘었다. 연간 누적 신청 건수 역시 2022년 1004건에서 2025년 2282건으로 증가하는 등 기업 부실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평가데이터는 이 같은 관계리스크 분석결과를 여신 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관계기업에서 부도나 장기연체 등 신용위험이 발생하면 이를 자동으로 탐지해 본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위험 확산 가능성을 조기에 알려주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기존에는 공시자료 등을 토대로 심사역이 관계기업을 직접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고, 비외감기업은 관계기업 자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한국평가데이터는 기업관계망(KOgrid)과 인공지능(AI) 기반 조기경보 모형을 활용하면 관계기업 정보가 자동으로 갱신되고 위험 신호도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어 기업 부실 위험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호열 센터장은 “AI 기반의 모형 고도화를 통해 기업의 부실위험 탐지 능력을 한층 강화했다”며 “앞으로 개별 기업 중심의 신용위험 예측을 넘어 관계 위험, 산업 위험까지 리스크 관리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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