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다시 불붙인 메모리 슈퍼사이클

2026-06-25 13:00:20 게재

마이크론 순이익 1400% 급증…공급 부족 2027년 이후까지 장기화

회로 기판 위에 촬영된 마이크론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AI 인프라 투자가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신호를 줬다. 경기 사이클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던 메모리 산업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부족과 장기 공급계약을 바탕으로 전례 없는 호황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5월 말 끝난 회계연도 3분기에 매출 414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 93억달러에서 4배 넘게 늘었고, 시장 예상치 359억1000만달러도 크게 웃돌았다. 순이익은 282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8억9000만달러에서 급증했다. FT는 순이익 증가율이 거의 1400%에 달했다고 전했다.

수익성 개선은 더 두드러졌다. 마이크론의 매출총이익률은 84.9%로 1년 전 39%에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회사는 이번 분기 매출총이익률이 8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제조업에서 80%를 넘는 이익률은 이례적이다. 메모리 공급이 그만큼 부족하고, 가격 결정권이 공급업체 쪽으로 기울었다는 뜻이다. 마이크론 주가는 정규장 종료 후 실적 발표를 반영한 시간외거래에서 12% 안팎 급등했다.

핵심은 AI 데이터센터다. 엔비디아와 AMD의 AI 가속기는 대형언어모델을 학습하고 운용하기 위해 HBM을 필요로 한다. HBM은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제품이다. 생산 난도가 높고 공급할 수 있는 업체도 제한적이다. 미국 마이크론과 한국의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사실상 과점하고 있다.

마이크론 경영진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27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내년 초쯤 공급난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이를 크게 뒤로 미룬 것이다. 회사는 장기 공급계약도 16건 체결했다고 공개했다. 과거 메모리 산업은 가격이 오르면 업체들이 증설에 나서고, 이후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무너지는 흐름을 반복했다. 그러나 고객사들이 장기계약으로 물량을 먼저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이번 호황이 단기 사이클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회계연도 3분기의 사상 최대 실적과 더 강한 4분기 전망은 AI 시대에 메모리가 갖는 전략적 가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다년간의 전략적 고객 계약이 마이크론의 강한 실적을 더 오래, 더 예측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AI 스타트업 앤스로픽과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투자에도 참여했다. 오픈AI, 앤스로픽 같은 AI 기업들이 자체 모델을 키우고, 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메모리 수요는 더 강해지고 있다. FT는 이들 4개 빅테크 기업의 올해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모두 합쳐 72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주가 부담은 남아 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올해 들어 80% 넘게 올랐고, 마이크론 기업가치도 올해 세 배로 뛰었다. 이번 주 초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기술주 밸류에이션 부담이 겹치며 메모리주가 큰 폭으로 밀리기도 했다. 금리가 오르면 높은 주가를 정당화해야 하는 성장주의 매력은 줄어든다.

그럼에도 마이크론의 실적은 AI 랠리가 아직은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분기 매출을 490억~510억달러로 전망했다. 시장 예상치 435억80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이번 실적은 의미가 크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같은 시장의 핵심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AI 인프라 경쟁에서 메모리가 병목이자 가격 결정권을 쥔 핵심 부품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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