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의 첫 승부수 ‘교육재정 개혁’ 해낼까

2026-06-29 13:00:01 게재

선거 없는 2년 ‘구조개혁 골든타임’ … 54년 묵은 교육교부금제 수술대 올랐다

학령인구 급감에도 세수 연동해 불어난 교육재정, 국가재정전략의 아킬레스건

교육계 “공교육 붕괴” 정면 반발 … 박홍근 ‘5대 원칙’ 제시하며 정면돌파 시도

이재명정부가 국가재정의 견고한 성역이자 해묵은 과제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의 칼을 빼 들었다. 최전선에는 4선 국회의원 출신의 정치인이자, 새 정부 나라살림을 책임진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섰다.

관가에서는 교육재정 개편 카드가 단순한 지출 구조조정을 넘어, 정부가 추진할 ‘5대 구조난제’ 해결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선거 없는 2년’이라는 정책 골든타임을 맞이한 박 장관의 승부수가 통할지 학계와 교육계,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가전략기술 선도 넥스트 프로젝트 추진대회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가전략기술 선도 넥스트 프로젝트 추진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기획예산처 제공

◆학생은 감소, 늘어만 가는 ‘교육재정’ = 교육교부금 개편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된 10여 년 전부터 예고된 국가적 과제였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현재의 교육교부금 제도는 1972년 도입돼 54년째 골격을 유지해 왔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현행 20.79%)을 교육청에 자동 배정하도록 정률로 묶여 있는 구조다.

문제는 인구 구조가 완전히 변했다는 점이다. 교육교부금에 연동 구조가 첫 도입된 1972년 한 해 출생아는 100만명에 가까웠지만 지난해 출생아는 25만명으로 4분의1 토막이 났다. 저출생으로 초·중·고교 학생 수는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반면 경제규모가 커지고 내국세가 늘어나면서 교육교부금 총액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실제 교육교부금은 계속 증가해 2016년 43조1615억원에서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기준 76조4381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반도체 초과 세수 덕분에 교육교부금이 역대 최대인 8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 결과 지방 교육청에는 돈이 넘쳐나 기금으로 쌓아두고 태블릿PC 무상 배포 등 선심·현금성 복지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반면 대학·대학원 등 고등교육과 첨단 인재 양성, 고령화·복지 등 당장 국가적 지출이 필요한 다른 분야는 재정 굶주림에 시달리는 ‘재정왜곡’이 커지고 있다.

국가재정의 합리적 배분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학생 수는 줄고 국가 재정은 더 중요하게 쓸 곳이 늘어나는데, 정률로 확정되는 교육교부금 제도는 이제 재정전략상 ‘낡은 도구’가 돼 국가재정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역대 정부 ‘표밭’에 무릎 꿇었다 = 역대 정부가 이런 문제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마다 국가재정 건전성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명분으로 교육교부금 수술을 시도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교육교부금 개편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 ‘법 개정’이 전제돼야 하는 입법과제다. 하지만 이 문제가 국회로 넘어가는 순간 전국 시도교육감과 교원단체, 학부모 단체 등 교육 이해관계자들의 조직적이고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정치권 입장에서는 교육계라는 거대한 ‘표밭’과의 전면전 자체가 정치적 부담이 컸다. 결국 매번 시늉만 내다 무위에 그치기 일쑤였다. 교육재정이 국가 재정의 ‘난공불락 성역’으로 불려온 이유다.

하지만 이번엔 기류가 다르다는 게 기획예산처 안팎의 시각이다. 추진 주체가 예산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4선 정치인 출신’ 박홍근 장관이어서다. 박 장관은 임명 직후부터 국가재정의 정상화와 효율화를 강력히 주장해 왔다. 박 장관은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이 문제만큼은 꼭 해결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박 장관은 첨단 반도체 산업 등에서 나오는 국가적 세수와 성장의 과실을 특정 분야에만 고착화 시키지 말고,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전략과 교육 생태계 전반의 ‘균형적 성장’에 쏟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특히 초·중·고교 교육에만 칸막이가 쳐진 재정구조를 손질해 성인 재교육과 첨단미래 인재양성을 위한 고등교육(대학)과 직업 교육으로 재원의 물길을 돌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봤다.

그는 사석과 공석을 가리지 않고 “칸막이 재정 뒤에 숨은 비효율을 걷어내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게 빚만 물려주게 된다”며 50여년 묵은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 없는 2년’ 마지막 골든타임 = 이번 개편 흐름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또 다른 배경은 ‘정치 일정’에 있다. 국회의원 총선거 등 전국단위 선거가 향후 2년여간 없는 사상 초유의 ‘정치적 해방기’를 맞이한 것이다.

기획처 핵심 관계자는 “표를 의식해 표류했던 국가 구조개혁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골든타임이 지금”이라고 단언했다. 선거 부담이 없는 이 시기를 놓치면 연금, 노동, 교육 등 국가 백년대계 개혁은 앞으로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이다. 그 구조개혁의 첫 신호탄이 바로 ‘교육재정 개편’으로 낙점된 셈이다.

정부의 선전포고에 교육계는 즉각 전면전에 나섰다.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원단체들은 “정부가 공교육을 붕괴시키고 지방 교육을 고사시키려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예산이 줄어들 경우 학교 노후 시설 개선이 중단되고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교육 여건 개선이 불가능해진다는 논리다.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박홍근 장관은 특유의 돌파력을 발휘했다. 박 장관은 지난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육재정 개편의 정당성과 방향성을 담은 ‘5대 원칙’을 공개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기획예산처 기자실을 직접 방문했다. 박 장관은 마이크를 잡고 “교육교부금 개편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운을 떼며 교육계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는 “예산을 무조건 깎아 다른 데 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 재정 안에서 유치원부터 초·중·고, 대학, 그리고 평생직업교육에 이르기까지 ‘균형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재정 칸막이를 유연하게 손질하자는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정치인 출신답게 정면 돌파를 선택하되, 합리적 명분을 제시하며 여론을 수렴하는 정교한 밀당(밀고 당기기)을 시작한 셈이다.

◆성역 허물고 구조개혁 신화 쓸까 = 세간의 시선은 이제 ‘뚝심의 박홍근’이 가진 정치적 역량에 쏠리고 있다. 의정 활동 시절부터 치밀한 기획력과 강한 추진력으로 선 굵은 정치를 보여왔던 그이기에, 관료 출신 장관들이 해내지 못했던 이해관계 조정과 법 개정을 이뤄낼 것이란 기대감이 적지 않다.

반면 교육계의 저항은 워낙 완강하다. 또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하지 못한 가운데 야당을 설득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 자체가 첩첩산중이될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만약 첫 번째 개혁 과제인 교육재정 개편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하면 이재명정부가 공언한 다른 구조개혁 동력마저 도미노처럼 꺾일 수 있다. 결국 이번 싸움은 박 장관 개인의 성과를 뛰어넘어 정권의 사활이 걸린 진검승부인 셈이다.

50년 묵은 교육재정의 칸막이를 허물고 미래세대를 위한 합리적 국가재정전략으로 탈바꿈할 계기를 마련할 지, 아니면 과거의 실패사례를 반복할 지 주목되는 이유다.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와 국가 재정의 향방을 가를 박홍근의 야심찬 승부수가 본궤도에 올랐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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