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대 위기 키우는 과학기술원 전환론

2026-06-29 13:00:06 게재

경남 창원시에 소재한 국립창원대가 시끄럽다. 얼마 전부터 종합 국립대를 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주장이 학내에 떠돌더니 급기야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경남지사 후보가 창원대의 과학기술원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기까지 했다. 구성원 동의 없이 이를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되자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부산·경남 지역에 과학기술원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무분별한 과학기술원 설립은 인재 과잉공급만 유발할 뿐 지역사회 균형발전과는 동떨어진 방향이라는 문제 제기도 뒤따랐다. 물론 급격한 인구·산업 구조 변동으로 과학기술 분야 신규 인력이 크게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는 과학기술원 부족 문제가 아니라는 진단이 많다. 이공계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과 의대 쏠림 현상에 따른 이공계 기피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여년간 해외로 나간 이공계 인력이 크게 늘었고, 4대 과학기술원에서도 의대 진학을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과기원 전환의 함정

창원대의 과학기술원 전환을 주장하는 논리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선제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이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과학기술원 전환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창원대는 그동안 경남도와 창원시가 필요로 하는 공공행정 금융 언론 문화예술 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양성해 왔다. 종합 국립대의 과학기술원 전환은 고향에서 공부하고 지역에 남아 살기를 원하는 청년들을 타지로 내모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지방의 인구 감소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인구 100만명을 자랑하던 창원시와 인구 330만명 유지를 목표로 삼고 있는 경남도의 고민이 깊은 이유는 청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기대와 달리 청년 인구 유출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100만명 ‘마지노선’마저 무너졌다. 창원의 청년 인구 감소는 도 전체 인구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남은 청년 인구 유출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일자리가 풍부한 ‘젊은 도시 창원'라는 말도 무색해졌다. 여기에 창원의 역설이 있다. 국가산업단지라는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20·30대 청년들은 점차 창원을 외면하기 시작했고, 경남도를 떠났다. 방위산업과 원전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넘쳐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약한 고리도 분명하다. 일자리 불일치, 남성 중심 일자리 구조의 고착화 등 다양한 요인이 청년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이유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산업 특화가 만든 일자리만으로는 부족했다. 문화·주거·교통·보육 등 정주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청년을 붙잡기 어렵다는 뜻이다. 더 나은 조건을 찾아 고향을 떠나듯 일자리를 찾아 경남으로, 창원으로 온 청년들도 결국 다시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창원 떠나는 청년 붙잡을 해법은

결국 종합 국립대의 과학기술원 전환은 왜곡된 산업구조가 만든 약한 고리를 더 강화할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약한 고리를 없애는 것이다. 경제적·문화적 다양성을 통해 성장하는 지방을 만들고, 지역 청년들이 배우고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넓혀야 한다. 공공성을 확보한 종합대학은 이를 위한 가장 유용한 도구 가운데 하나다. 이는 이미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증명됐다.

신동규 국립창원대학교 교수회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