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는 이란의 마지막 카드

2026-06-29 13:00:03 게재

기뢰·선박 공격으로 통제권 과시…미 “불법 인프라 무력화”

26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미국과 이란 협상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토대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해협에는 기뢰와 선박 공격 위험이 남아 있다. 핵심은 단순한 해상 안전 문제가 아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통제권을 핵협상의 마지막 지렛대로 붙들고 있고, 미국은 이를 군사적으로 꺾겠다고 맞서면서 휴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해운회사 NYK라인의 소가 다카야 최고경영자는 28일 미국과 이란의 평화 합의가 유지되더라도 호르무즈 선박 운항이 수개월 동안 전쟁 전의 절반 이하에 머물 수 있다고 경고했다. 900척 넘는 선박을 운항하는 NYK라인의 소가 최고경영자는 “운항 가능한 항로는 극히 제한돼 있고 매우 좁은 통로뿐”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폐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다”고 말했다.

불안을 키우는 것은 기뢰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이란이 해협 주요 항로에 약 80개의 기뢰를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도 이달 초 해협에서 기뢰로 보이는 물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뢰 우려 때문에 선박들은 이란 해안 인근 라라크섬 쪽 항로와 오만 남쪽 항로 등 더 좁은 길로 몰리고 있다. 해저에 놓인 기뢰라면 찾고 제거하기가 더 어렵다. 현대식 기뢰는 선박과 직접 닿지 않아도 자기장, 소리, 수압 변화에 반응해 폭발할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은 17일 체결한 합의에서 이란이 기뢰를 무력화하면 30일 안에 호르무즈 통항을 전쟁 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양측은 기뢰 제거를 조율하기 위한 핫라인도 두기로 했다. 그러나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를 지나는 선박에 자국 해군과의 조율이 “의무”라고 경고했고, 승인받지 않은 항로를 쓰지 말라고 했다. 이후 새 항로를 이용한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이 공격을 받았고, 미국은 보복 공습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평화협상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면서도 호르무즈 통제력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오만과 유엔 해사기구가 이란 영해를 피해 오만 수역만 지나는 새 항로를 지정하자, 테헤란은 이를 자국의 협상력이 약해지는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 선임 이란 분석가는 “최선의 상황이든 최악의 상황이든 그들에게는 이 지렛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란의 계산은 분명하다. 핵 협상에서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해제를 얻어내려면 미국과 걸프 산유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해상 병목을 쥐고 있어야 한다. 과거 이란의 억지력은 고농축 우라늄과 핵 개발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이번 중동 전쟁 과정에서 이란은 제한적 선박 공격과 해협 봉쇄 위협만으로도 세계 에너지 물류를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호르무즈는 하루 135척 안팎의 선박과 세계 에너지 수출의 약 5분의 1이 지나던 길이다.

미국은 이란의 통제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마이크 왈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이 국제 해운이나 우리 기지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대응 없이 지켜보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요할 경우 국제수로를 불법 통제하려는 그들의 인프라를 계속 무력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양측 모두 판을 깨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 선임 이란 분석가는 NYT에 “분쟁 재개에 따른 경제적·군사적 비용은 양측 모두가 MOU를 유지하려 할 충분한 유인을 만든다”고 말했다. NYT는 다수 정치 분석가들이 미국과 이란이 초기 60일 협상 기간을 수개월 더 연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대화의 틀은 유지될 가능성이 있지만, 기뢰 제거와 선박 안전, 우회 항로 인정 여부를 둘러싼 충돌이 반복되면 핵 합의라는 본론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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