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권 주자 3인3색…정 ‘당원’· 김 ‘명심’· 송 ‘호남’
친명 자처 ‘개혁 지속·국정 지원’ 차별화
계파 분열 움직임 … “누가 돼도 통합 부담”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권경쟁이 정청래 전 대표·김민석 전 국무총리·송영길 의원의 3파전 전망이 유력하다. 집권 2년 차에 돌입한 이재명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는 ‘친명’을 자처하지만 당 운영과 현안 추진 방법을 놓고는 적잖은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정청래 전 대표는 ‘중단없는 개혁 노선’을, 김민석 총리는 국정지원을 위한 ‘외연 확장’을, 송 의원은 사당화 혁파 등 당 혁신을 각각 강조하고 있다. 8월 전대의 향방이 2028년 총선 공천권과 차기 대선의 유리한 고지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진영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여권 내 계파대립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누가 되더라도 당 통합에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당대회 일정 전이지만 정청래 전 대표와 김민석 총리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집권당 대표와 행정부 내각을 이끌어 온 두 의원들은 당의 화합을 강조하면서도 지향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8일 경기도 광주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청년당선인 대회에서 정 전 대표는 ‘범진보 진영의 통합’을, 김 총리는 ‘중도로의 외연 확장’에 각각 방점을 찍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내란 옹호 세력을 제외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통합과 연대를 고민하고 논의할 때”라며 “6·3 지방선거에서 봤듯 통합과 연대를 하면 이겼고 분열하면 패배했다”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워크숍 전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도 “손잡을 수 있는 모든 범민주진보 세력이 연대해야 한다”며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김 총리는 반면 기자들과 만나 “민주세력의 중심을 지켜 외연을 확장하는 노력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에 모든 대통령이 해온 일이고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또 “민주당의 대혁신이 필요하다”며 “정책 정당과 당원 주권정당의 도약을 기본으로 해서 품격의 문화, 청년 등의 새로운 화두가 필요하다”며 “(특히) 청년 정책을 연구하고 추진하는 데 과감한 청년 협치를 시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날 송영길 의원은 전북 전주에서 당원들과 만남 행사를 열고 지방선거 결과와 당의 공천 등과 관련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170만 전북도민들이 박탈감을 느꼈다”면서 “당 내부의 권력 갈등, 계파의 갈등에 따라 170만 도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전북지사) 후보가 결정되게 되면 선택권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본격적인 경선 절차에 들어가기 전 여론조사에서도 3인 경쟁구도가 선명하다. 한국갤럽이 26일 공개한 여론조사(6월 23~25일. 1000명. 95%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서 ‘김민석’ 26%, ‘정청래’ 19%, ‘송영길’ 13%로 나타났고, 41%는 의견을 유보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409명, 표본오차 ±5%p)에서는 45%가 김민석, 24%가 정청래, 15%는 송영길을 지목했다(유보 15%). 관건은 100만명이 크게 웃도는 민주당 당원들의 판단이다. 민주당은 8월 전대에서 권리당원 1인 1표제를 적용하고 당원 70%(대의원 포함)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5년 8월 전대에 앞서 실시된 한국갤럽의 대표 후보 지지도(2025년 7월)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정청래 47% 박찬대 34% 순이었다. 그러나 실제 전당대회에서는 정 전 대표가 당원투표에서 65% 이상의 지지율로 압도했다.
정청래 전 대표의 가장 큰 무기는 당원층의 굳건한 지지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투표 66.48%를 얻어 대의원 열세를 압도적으로 뒤집고 당권을 거머쥐었다. 이번 전대에서 ‘1인 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강성 당원 기반이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전 대표가 강력한 개혁노선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 전 대표는 사퇴문에서 ‘이재명’(18번) 다음으로 ‘개혁’(17번)을 가장 많이 언급하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적통과 중단없는 개혁 필요성을 내세웠다. 약점은 당청 관계다. 무엇보다 이재명정부 집권 1년 차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상황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패배’에 가까운 결과를 낸 점이 뼈아프다. ‘이겼어야 할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 책임을 놓고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대통령과 맞서는 여당 대표의 모습으로 비쳐 이 대통령 레임덕 프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민석 총리는 ‘명심의 선택’이라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총리의 당 복귀와 관련해 “이제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며 당권 행보에 힘을 실었다. 정치권에선 이를 사실상 ‘명심’ 주자로의 낙점 신호로 해석한다. 김 총리도 “대통령이 흔들리면 안 된다”면서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기는 민주당을 회복해야 한다’고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을 부각하고 있다. 대통령의 강력한 응원을 받는 주자라지만 당내 강한 당원 기반이나 독자적 팬덤이 없다는 점은 약점이다.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매우 큰 구조에서 당원보다 국회의원, 청와대 등이 지지하는 후보라는 인상을 줄 경우 ‘당원 대 국회의원’ 구도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2년 대선 때 민주당과 결별했던 것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거부감도 넘어야 할 과제다.
송영길 의원은 호남 출신으로 수도권 지역구에서 활동하고 당 대표를 지낸 중진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돈봉투 사건 2심 무죄 확정 이후 6·3 보궐선거에서 6선 고지에 오르며 극적인 정치 복권에 성공한 서사도 일부 지지층에는 호소력이 있다. 이 대통령에게 인천 계양을 지역구를 물려주며 정치적 위기로부터 보호했다는 점도 친명계로부터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이재명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김 전 총리와의 ‘반청(정청래) 연대’ 구도에서도 결선투표 연대 카드를 쥐고 있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친청·친명 구도로 치러질 경우 정청래·김민석 양자대결로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3자구도에서 독자 완주론에 대한 의문이 이어질 수 있다.
경선 시작 전부터 국회의원과 강성 지지층, 유튜버 등이 각 당권주자 진영을 대변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세 일변도 차별화 전략에 주력하고 있어 극심한 흠집내기 경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가뜩이나 계파 갈등이 첨예화 되는 상황에서 8월 전대 대표경선이 당내 분열을 부추기는 기폭제가 될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