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형사책임 기준 일부 손본다

2026-06-29 13:00:02 게재

강력범죄만 13세부터 형사책임 … ‘중대범죄’ 기준·관리체계가 관건

정부가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에 한해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촉법소년 연령을 전면 낮추는 대신 살인·강도·성범죄 등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형사처벌을 허용하는 절충안이다. 보호 중심 원칙은 유지하되 강력범죄에는 예외를 두는 것으로, 중대범죄의 범위와 보호·관리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앞으로 입법 과정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29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관련 권고안은 이르면 30일 국무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다.

이번 개편은 촉법소년 연령을 전면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강력범죄에 한해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 사회적 대화협의체의 ‘현행 유지’ 권고와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논의는 올해 1월 이재명 대통령이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지시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어 2월 국무회의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자고 제안했고, 성평등가족부는 사회적 대화협의체를 구성해 연령 기준 조정 여부를 논의했다. 협의체는 현행 기준 유지를 권고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공론화 결과와 국민 여론을 함께 검토해 강력범죄에 한한 조건부 하향이라는 절충안이 마련됐다.

◆범죄 증가가 정책 전환 이끌어 = 조건부 하향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촉법소년 범죄 증가가 있다.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은 2021년 1만1677명에서 지난해 2만1095명으로 80.7% 증가했다. 성폭력은 85.7%, 절도는 76.3%, 폭력은 100.7% 늘었다.

경찰뿐 아니라 법무부와 법원 통계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법무부 집계에서 소년범죄는 2021년 5만4017건에서 2024년 6만1956건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간 보호관찰 대상 촉법소년 비율은 2.2배, 소년원 수용 비율은 2.9배 늘었다. 법원에 접수된 소년보호사건도 지난해 5만1360건으로 2015년보다 50.7% 증가했다.

공론화 과정에서는 전문가들이 대체로 현행 유지 의견을 냈지만 일반 시민과 청소년 참여단에서는 연령 하향 요구가 우세했다. 올해 3월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1%가 연령 하향에 찬성했다. 범죄 증가와 국민 여론, 전문가 의견을 함께 고려한 결과가 ‘강력범죄에 한한 조건부 하향’이라는 절충안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사책임 어디까지 확대하나 = 현행 형법은 만 14세 미만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해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개편안은 이 원칙은 유지하되 살인과 강도, 성범죄 등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하거나 형사책임 연령을 전면 낮추는 것과는 다르다.

입법 과정의 최대 쟁점은 ‘중대한 범죄’의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 것인지다. 법무부는 국회에 발의된 형법 개정안을 참고해 세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는 살인과 강도,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 집단폭행 등이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며 소년원에 세 차례 이상 송치된 상습범에게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집단폭행과 특수절도, 사이버 성범죄, 딥페이크 범죄 등을 포함할지를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기준을 지나치게 좁히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반대로 넓히면 사실상 촉법소년 연령을 전면 하향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사건에 12세와 13세가 함께 가담했을 때 한쪽만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형평성 문제도 입법 과정에서 검토 대상이 될 전망이다.

지난 4월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 3차 회의 정면. 사진 성평등가족부 제공

◆관리체계 보완도 함께 가야 = 조건부 하향을 찬성하는 쪽은 강력범죄 억지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신중론은 형사처벌 강화만으로는 재범 감소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본다. 어린 나이에 형사사법체계에 편입될 경우 재사회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호관찰과 상담·교육, 사후관리 등 기존 보호체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형사책임 확대와 보호처분의 실효성 강화가 병행돼야 제도 개편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개편의 성패는 연령을 한 살 낮추는 데 있지 않다. 형사책임의 예외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보호처분과 형사처벌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 것인지, 보호관찰과 상담·교육 등 관리체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앞으로 소년사법체계 개편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촉법소년 논쟁도 단순한 연령 조정을 넘어 보호와 처벌의 경계를 어떻게 새로 설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정책 논의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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