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미국 판매 1위 등극 ‘시동’

2026-06-26 13:00:02 게재

중동전쟁 후 휘발유값 급등·하이브리드차 인기 … GM·포드 흔들, 현대차 선전

미국 자동차시장의 판도가 하이브리드 차량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중동전쟁 이후 치솟은 휘발유 가격과 소비자들의 연비 선호가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브리드를 폭넓게 갖춘 완성차 업체들이 약진하는 반면 전기차에 무게를 실었던 미국업체들은 점유율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기아 역시 하이브리드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미국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GM, 1931년 이후 한 해 빼고 1위 고수 = 26일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도요타의 시장점유율은 15.8%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보다 약 1%p 낮아진 16.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격차가 1%p에 불과해 연말까지 하이브리드 수요가 이어질 경우 도요타가 미국 판매 1위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요타가 미국 판매 1위에 오를 경우 이는 자동차산업의 상징적인 사건이 된다. GM은 1931년 포드를 제치고 미국 판매 1위에 오른 이후 90여년 동안 정상을 지켜왔으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발생했던 2021년 단 한 차례만 도요타에 1위를 내줬다.

◆도요타, 하이브리드 차종 20개 판매 = 미국시장 변화의 중심에는 하이브리드가 있다.

2월말 시작된 중동전쟁 여파로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크게 웃돌면서 소비자들의 연비 선호가 급격히 높아졌다. 순수 전기차를 선택하기 부담스럽거나 충전 인프라를 우려하는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도요타의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RAV4 하이브리드는 갤런당 40마일(약 17㎞/리터당) 이상의 높은 연비를 앞세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면서 중고차 시장에서는 최근 연식의 RAV4 하이브리드가 수천마일을 주행했음에도 신차 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된다”고 보도했다. 일부 차량은 공장에서 막 출고된 2026년형 신차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는 사례까지 소개했다.

이에 도요타는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신형 RAV4 하이브리드 생산을 시작하고 올해 생산량을 10만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캐나다와 일본 생산 물량까지 더해 공급부족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도요타의 경쟁력은 중형차부터 소형차까지 다양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요타는 미국에서 20개 이상의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GM은 전동화 모델이 사실상 코르벳에 한정돼 있고, 포드 역시 매버릭, F-150, 링컨 노틸러스 등 일부 차종에서만 하이브리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GM 최고경영자(CEO) 메리 바라가 하이브리드보다 전기차에 집중한 전략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GM은 테슬라 열풍과 글로벌 탄소규제 강화 시기에 하이브리드를 과도기 기술로 판단하고 순수 전기차 중심 전략을 선택했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면서 하이브리드 수요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전환되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현대차·기아, 미국시장 ‘빅3’로 올라설까 = 오토모티브는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11.7%까지 높아지며 포드(12.6%)를 바짝 추격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드와의 격차를 1%p 이내로 예상한 것이다.

실제 판매도 견조하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1~5월 미국에서 40만4575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다. 기아 역시 36만220대를 판매하며 2.1% 성장했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친 현대차그룹의 미국판매는 76만4795대로 전년동기대비 1.6% 늘었다.

현대차그룹 역시 하이브리드 판매 증가가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현대차는 투싼 하이브리드와 싼타페 하이브리드, 기아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판매를 이끌었다, 제네시스도 전동화 모델과 고급 SUV 판매 확대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시장 판매 순위는 GM(284만1043대) 토요타(251만8071대)포드(208만6115대) 현대차·기아(183만6172대) 혼다(143만577대) 스텔란티스(126만4991대)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휘발유 가격 강세와 하이브리드 수요가 이어질 경우 미국 자동차시장 경쟁 구도가 더욱 요동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M의 90년 아성이 굳건할지, 도요타가 판매 1위를 탈환할지, 그리고 현대차그룹이 포드를 제치고 ‘빅3’’ 체제에 진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