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소년공 이재명이 손잡은 신용불량자들
박성현 한국자산관리공사 상임감사/인공지능 대전환(AX) 시대다. 격동기엔 새로운 문제가 출몰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성과급 문제도 개별기업 노사간 논란을 넘어 사회적 충격파를 일으켰다. 인공지능(AI)이 만든 ‘초과’는 누구의 것인가. 초과이익, 초과세수까지 쉽지 않은 질문이 공론화를 기다린다.
사실 초과의 원조는 금융이다. 실물경제를 넘어, 또 서민경제와 동떨어진 ‘성과급 잔치’ 뉴스는 주로 금융권에서 나왔다. 얼마전 부동산 호황에도, 최근 주식투자열풍 속에도 은행은 사상최대이익 기록을 새롭게 만들어왔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감사직에 응모해 면접을 보는 자리였다. 그동안 캠코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면접관들께 되물었다. 금융이 그 자체로 성장한다는 것, 특정한 기법과 프로젝트에 성공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라의 산업, 서민들의 삶, 지역의 번영에 밀접히 연관되고 서로 성공과 실패를 나누지 않는다면 금융이 무슨 쓸모인가.
서민들이 경험하는 금융은 ‘잔인한 금융’이거나 담장 너머 그들만의 금융이라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소년공 이재명의 인생역정 속에서 체험한 ‘잔인한 금융’이 끄떡없이 여전한 현실. 금융 공공기관들의 사명은 거기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었다.
4월 감사에 취임해 부서 보고를 받았다. 새도약기금이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캠코가 기금을 만들어 7년 이상 연체 5000만원 이하 무담보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캠코는 일을 잘한다. 금융당국의 목표를 넘어서고 있다. 5월말 기준 목표액의 55%가 넘는 9조원의 채권을 매입했고 채무조정으로 75만명에 대한 추심을 중단했다.
문제는 있었다. 유동화된 연체채권을 배드뱅크로부터 사와야 하는데 이들의 협조가 쉽지 않다는 보고였다. 인센티브로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오래전 은행과 카드사들이 정부의 지원으로 장부상 손실로 처리해버린 채권을 들고 이래도 되나 싶었다.
5월 한 언론의 현장 기획기사는 대단했다.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회사(상록수)의 추심과 채무자의 현실을 썼다. 수작이다.
“1000만원 빚이 4400만원으로, 죽기 전엔 빚 조정 어려워….”
이재명 대통령은 기사를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 전하며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지 몰랐다”며 개탄했다. 연이어 국무회의에서도 해결책을 요구했다.
그날 아침부터 정부와 금융 공공기관들은 매우 바빴다. 서둘러 대책이 나오기 시작했고, 대책 보고서가 정리돼 내 책상에도 올라왔다. 하루만에 장기연체채권 문제는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상록수의 대주주인 대형 금융기관과 대부업체들이 매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장기연체채권을 들고 있던 다른 기관들도 매각협약에 들어갔다.
시장은 자유로운 선택과 자기 책임이다. 자기 채무는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그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한번의 실패가 재기 불가능의 늪이 되지 않도록 책임의 한계를 그어주자는 것이 사회적 합의다. 소년공 이재명을 선택한 주권자의 결단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영역이다. 크든 작든 공공기관의 성격을 갖는 금융권의 확실한 태세전환이 필요하다.
상록수에서만 추심이 중단된 채무자가 11만명이다. 초과의 시대,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사람들. 23년전 카드빚에 묶인 신불자들의 처지를 국무회의 안건에 올렸다. 그렇게 소년공 이재명은 가난한 이웃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