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혈액제제에서 글로벌헬스케어로…알리글로 앞세워 2030 도약

2026-06-30 13:00:17 게재

미국 혈액제제 시장 안착 발판 … 희귀질환·차세대 백신·AI 기반 연구개발로 성장축 확대

GC녹십자가 반세기 넘게 축적한 혈액제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혈액제제와 백신 중심 기업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 △희귀질환 치료제 △첨단 바이오의약품 △차세대 백신 △인공지능(AI) 기반 연구개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30일 GC녹십자에 따르면 특히 미국 시장에 출시한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ALYGLO)’는 GC녹십자의 글로벌 전략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희귀질환 치료제 △차세대 면역글로불린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을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하면서 2030년 글로벌 바이오파마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결실 맺는 혈액제제 사업 = GC녹십자의 경쟁력은 단연 혈액제제다. 회사는 국내 최초 혈액제제 공장을 설립한 이후 50여 년간 혈장 분획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2026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35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5% 증가했다. 사업별 매출 가운데 혈액제제가 41.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반 전문의약품 18.7%, 백신 13.1%, OTC 6.4% 순으로 나타났다. 혈액제제가 여전히 회사의 핵심 수익 기반임을 보여준다.

혈액제제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제품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알리글로다. 알리글로는 원발성 면역결핍증(PID) 치료용 10%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으로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뒤 2024년 미국 시장에 출시됐다.

GC녹십자가 자체 개발한 양이온 교환 크로마토그래피(CEX Chromatography) 기술을 적용해 혈전 발생과 관련된 불순물을 최소화한 것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회사는 알리글로 출시 1년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미국 내 보험사와 처방급여관리업체(PBM), 전문약국, 유통망을 구축하면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매출을 지속 확대해 글로벌 혈액제제 사업을 회사 성장의 핵심 축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혈장 확보부터 판매까지, 글로벌 공급망 완성 = 혈액제제 산업은 원료 혈장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고진입 장벽 산업이다.

GC녹십자는 미국 ABO Plasma를 인수하면서 혈장 확보부터 생산, 판매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현재 미국 내 혈장센터를 운영하며 안정적인 혈장 공급 체계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 혈액제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도 ABO Holdings와 복수의 ABO Plasma 법인을 신규 연결 대상에 포함시키며 미국 혈장 사업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혈장 확보 능력은 향후 면역글로불린 시장 확대에 대응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고령화와 면역질환 증가로 글로벌 면역글로불린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원료 확보는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을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GC녹십자 연구소. 사진 GC녹십자 제공

◆희귀질환과 백신이 두 번째 성장축 = GC녹십자는 혈액제제 외에도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헌터라제는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세계 최초의 뇌실 내 직접 투여(ICV) 제형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 10개 이상의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글로벌 희귀질환 시장 확대의 기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허가를 받아 중국 시장 진출 기반도 마련했다.

백신 분야 역시 GC녹십자의 핵심 경쟁력이다. 독감백신은 국내 공급 안정뿐 아니라 해외 수출을 지속 확대하고 있으며, 수두백신 ‘배리셀라주’는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를 획득해 국제 공공조달 시장 진출 기반을 확보했다. 범미보건기구(PAHO)를 통한 중남미 공급 확대도 지속 추진되고 있다.

◆‘THE FAB FIVE’로 미래 먹거리 집중 = GC녹십자는 연구개발 전략도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재편했다.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을 ‘THE FAB FIVE’라는 5대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정리했다.

주요 과제는 △20% 피하주사형 면역글로불린(SCIG) △mRNA 코로나19 백신 △EBV(엡스타인-바 바이러스) 백신 △파브리병 치료제 △EGFR×cMET ADC 항암제다.

이 가운데 SCIG는 알리글로의 뒤를 잇는 차세대 글로벌 블록버스터 후보로 평가받는다. 자가 투여가 가능한 제품으로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으며 미국 임상 진입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희귀질환 분야에서는 한미약품과 공동 개발 중인 파브리병 치료제가 국내와 미국 아르헨티나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항암 분야에서는 이중항체 기반 ADC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앱클론과 함께 인비보(In vivo) CAR-T 개발에도 착수하면서 차세대 세포·유전자치료제 영역으로 연구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다.

GC녹십자 알리글로 제품. 사진 GC녹십자 제공

◆인공지능으로 신약개발 효율 높인다 = GC녹십자는 인공지능을 미래 경쟁력 확보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자체 개발한 규제업무(RA) 전용 AI 챗봇 ‘RegulAItor’다.

FDA 가이드라인과 내부 허가 데이터를 학습한 이 시스템은 허가 전략 수립과 문서 검토 시간을 기존 수시간에서 30분 이내로 단축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정부의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사업에도 참여하면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전략까지 AI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AI는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연구개발 생산성과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30년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 GC녹십자의 최종 목표는 혈액제제 전문기업이 아닌 ‘글로벌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이다.

△GC셀의 세포치료제 △GC지놈의 정밀의료 △GC케어의 디지털 헬스케어 △GC녹십자웰빙의 기능성 헬스케어 사업과 시너지를 통해 예방-진단-치료-관리까지 연결되는 통합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은 2025년 사업보고서와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에서도 “혈액제제와 백신 분야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산업이 성장 둔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GC녹십자는 혈액제제라는 견고한 본업에 글로벌 사업, 희귀질환, 차세대 백신, 인공지능 기반 연구개발, ESG 경영을 결합한 다각화 전략으로 새로운 성장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성공이 단순한 제품 하나의 성과를 넘어 GC녹십자의 글로벌 체질 전환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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