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긴급운용자금 2000억원 공방에 정치권 나섰다

2026-06-30 13:00:39 게재

MBK·메리츠 대치에 자금 확보 난항 … 국회, 법원 판단 앞두고 중재 시도

홈플러스 회생의 핵심 변수로 꼽히는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 마련이 난항을 겪으면서 회생 절차가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자금 지원 책임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서울회생법원도 회생계획안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회생 무산 시 대규모 실업과 협력업체 연쇄 부실 등이 우려되자 정치권도 국회 중재와 사회적 대화 추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홈플러스 TF를 비롯해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홈플러스 회생 및 대규모 실업 사태 방지를 위한 국회 중재 및 사회적 대화기구 제안’ 준비회의를 개최했다. 회생 무산에 따른 고용 불안과 협력업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치권 차원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7월 1일 서울회생법원을 방문해 회생계획 인가 기한 연장과 고용 보호를 고려한 판단을 요청할 계획이다.

법원과 채권단 협상만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다는 판단 속에 홈플러스 회생은 기업 구조조정을 넘어 사회적 과제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회생의 열쇠는 운영자금 = 홈플러스는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변경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변경안에는 점포 재편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임대료 조정, 인력 감축 등을 통해 회생 신청 직전보다 약 1조2000억원의 비용을 줄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회사는 상품 공급이 정상화되면 영업을 회복하고 회생채권도 변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회생 전문가들은 비용 절감만으로 회생 가능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들은 회생계획 이행과 상품 공급 정상화를 위해 약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영업을 정상화할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회생계획도 현실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누가 먼저 돈을 낼 것인가’ = 운영자금을 둘러싼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의 대치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번 공방의 핵심은 2000억원이라는 자금 규모보다 누가 먼저 자금을 투입할 것인가에 있다.

MBK는 메리츠가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하면 1000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메리츠는 이미 1000억원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했지만 김병주 MBK 회장의 개인 보증이 전제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이 먼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운영자금 마련도 답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법원도 선택의 시간 = 서울회생법원은 변경 회생계획안과 채권자,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검토해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연장할지, 회생절차를 폐지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실제 운영자금 조달 가능성이 회생 연장의 핵심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생 가능성을 인정하기에는 자금 조달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절차를 종료하기에는 협력업체 연쇄 부실과 대규모 실업 등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점도 부담으로 거론된다.

점포 매각과 영업 정상화도 회생 가능성을 좌우할 변수다.

홈플러스는 폐점 예정 점포 매각 대금과 향후 영업이익으로 회생채권을 변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유통시장 침체와 부동산 경기 둔화로 점포 매각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점포에서는 다음 달부터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인 ‘매직배송’이 한시 중단된다. 회사는 내부 운영 점검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상품 공급 감소 등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회생 절차의 영향이 영업 현장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홈플러스 회생 및 대규모 실업 사태 방지 국회 중재 및 사회적대화기구 제안을 위한 제 정당 준비회의’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커지는 사회적 비용 = 회생 절차가 길어질수록 현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납품대금 회수 지연으로 유동성 압박을 호소하고 있고, 입점 상인들은 영업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을, 회생 신청 직전 발행된 전단채(ABSTB)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 여부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회가 중재에 나선 것도 회생 실패의 충격이 기업 내부에 그치지 않고 고용과 협력업체, 지역경제, 금융시장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권의 중재가 실제로 MBK와 메리츠의 입장 차를 좁혀 운영자금 확보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결국 홈플러스 회생의 성패는 2000억원 운영자금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자금 조달 문제를 넘어 기업 회생 과정에서 대주주와 채권단의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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