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위해 개인정보 사용 “정당행위”

2026-07-01 13:00:1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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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목적외 사용” 벌금 50만원 … 대법, 파기환송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 위법성 사라져”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학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입학 당시 확보한 학부모의 성명과 주소를 활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치원 원장에 대해 대법원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사소송 제기를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개인정보 이용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 5월 14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치원 원장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유치원 원장 A씨는 학부모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2022년 6월 B 씨의 성명, 주소 등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변호사에게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정보는 B씨 자녀가 유치원에 입학할 당시 ‘유아 학비지원금 신청’을 위해 수집된 것이다.

이에 검찰은 A씨가 수집 목적 범위를 벗어나 개인정보를 이용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이 B씨에게 불이익을 발생시키고자 하는 목적의 소송에 해당하고 민사소송 제기 이후 주소를 특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1심은 개인정보를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이용한 것은 당초 수집 목적 범위를 벗어난 행위이고, 법원의 사실조회나 주소보정명령 등 다른 절차를 통해서도 상대방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도 같은 취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소장이 제3자에게 제공될 위험성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 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 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법리를 따랐다.

대법원은 우선 “피고인은 B씨의 동의를 받아 성명, 주소를 적법하게 제공받았고, 취득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했다고 볼 사정은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성명과 주소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만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등과 같이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에 해당하지는 않고, 소장 작성 시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이어 “법원이 B씨의 성명, 주소가 기재된 소장의 보관을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열람·복사 등 절차에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관련 규정이 적용돼 개인정보가 사건과 무관한 제3자에게 제공될 위험성도 크지 않다”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A씨의 행위는 형법의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한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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