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사기범 형량 “별건 판결 고려해야”
1·2심, 징역 2년6개월…대법 파기, 감형 여지
“형법상 경합범 양형에 참작해 형 정했어야”
분양사기 피고인의 형을 정하면서 경합 관계의 별도 사기 혐의 확정 판결을 형량에 반영하지 않은 원심은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 인천원외재판부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9월 피해자 3명에게 분양금 총 17억여원을 완납 받고 완공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지 않은 채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잡아 150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은 분양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23년 10월 법원에서 별건 배임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이듬해 10월 형이 확정됐다.
1·2심은 지난해 7월과 11월 각각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등 동종 범행에도 반성하지 않는 점, 5년 넘게 피해가 회복되지 않는 점을 질타해 실형을 선고했다.
쟁점은 판결을 받지 않은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원심이 A씨에 대한 ‘별도의 사기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결을 파기했다.
A씨는 특경법상 배임죄 등으로 2023년 10월 인천지방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해당 판결은 2024년 8월 확정됐다. A씨가 저지른 17억 원대 분양사기는 해당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이루어졌다.
대법원은 “A씨는 이 사건으로 공소가 제기되기 전에 이미 별도의 사기죄로 인천지방법원에 공소가 제기됐다”며 “만약 별도의 사기죄 사건에서 A씨를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하는 판결이 확정됐다면 판결이 확정된 별건 범죄와 이 사건 범죄는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형법 제37조(경합범)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즉 분양사기는 별도의 사기 범행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저지른 죄로, 경합범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원심은 별건에서 피고인을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하는 판결이 선고·확정됐는지 심리하고 그러한 판결이 존재한다면 별건 범죄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 이 사건 범죄에 대한 형을 정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와 같은 조치에 나아가지 않은 채 A씨의 항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