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없는 해’ 전당대회 앞둔 여권…‘실용 확장’·‘개혁 선명성’ 충돌
청 ‘국정 성과’ … 강경파 ‘개혁 기치’ 강조
당권 구도에 반영 “분열의 뇌관 될라” 우려
더불어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청와대의 ‘실용·확장’ 구상과 여권 강경파의 ‘개혁 선명성’ 주장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런 시각차가 격화되고 있는 당권 경쟁 구도에 반영돼 여권 내부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청와대는 선거가 없는 올해와 내년을 국정과제 실현의 골든타임으로 꼽고 ‘국민 체감 성과’의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5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지난 1년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고 국가 성장 기반을 새롭게 다지는 회복의 시간이었다면 집권 2년 차는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속도감 있게 구현해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창출할 시점”이라며 “3대 메가 프로젝트가 그 역사적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12월까지 이재명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입법을 일차적으로 모두 통과시키는 데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화답했다. 강 실장은 이에 앞서 3일 민주당 의원 연찬회에서 영국 노동당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사례 등을 제시하며 중도 확장의 실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실장은 “마크롱 대통령은 68세대로 대표되는 기존 진보 정치 문법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을 정확히 파악했다”며 “정치는 100% 수요자 우위의 시장이다. 대중들의 수요에 잘 응답하는 정당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선거가 없는 시기인 만큼, 이념이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중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유연한 정책 기조를 통해 굳건한 국정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여당이 도와달라는 요구로 읽혔다. 당권에 도전하는 김민석 전 총리의 외연확장론도 이와 유사한 흐름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는 △3대 메가 프로젝트 성공 지원 △2030 민주당, 청년 친화 민주당 △통합·연대·확장의 3박자 대통합 △당원주권 정당, AI 정당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핵심 지지층을 대변하는 민주당 강경파의 기류는 조금 다르다. 여권 내부 실용주의 노선이 자칫 당의 정체성인 ‘개혁 기치’를 훼손하고 타협적인 태도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한다. 핵심 개혁 입법과 사회적 의제에 대해 당이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기보다는, 앞장서서 여론을 주도하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임 도전이 유력한 정청래 전 대표는 최근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이재명정부 성공’을 강조하면서도 중단 없는 개혁을 강조했다.
특히 중도·실용 노선이 당의 진로를 왜곡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정 전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누가 당원주권 정당 1인 1표에 앞장섰는가, 누가 보완수사권 전면폐지에 앞장섰는가 그것이 문제”라고 글을 올렸다. 정 전 대표와 가까운 이상호씨는 강훈식 실장의 ‘제3의 길’ 주장에 대해 “지금 제3의 길이라 말하고 이언주 같은 류랑 더 크게 더 많이 함께 하자는 의미인지 권리당원들은 다 안다”며 “제3의 길이란 있지도 않은 실패한 길로 사랑하는 민주당을 안개속에 헤매게 하려하지 마라. 당원들이 잘 알아서 할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빠져달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 청와대의 ‘중도 실용 확장’과 강경파의 ‘개혁 기치 우선’을 놓고 ‘노선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정청래 전 대표와 김민석 전 총리의 당권 경쟁은 단순한 인물 대결을 넘어 이 같은 노선 갈등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측의 세 확산 경쟁이 격화될 경우, 국정 주요 현안이 당내 계파 갈등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8월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 핵심 지지층의 요구와 정책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여권의 딜레마가 커질 전망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