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서남권 반도체 대응
“정치공방에서 투자협상 전략으로”
추경호는 ‘시장원칙’
이철우 ‘준비된 지역’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를 계기로 서남권 반도체 투자 논의가 본격화되자 대구와 경북은 정치 공방 대신 시장원칙과 공정경쟁을 앞세웠다.
7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추경호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서남권 반도체 투자 확대 논란을 ‘TK 소외론’보다 산업 경쟁력과 시장원칙의 문제로 접근했다. 추 시장은 시장원칙과 투자유치 전략을, 이 지사는 ‘투자 4박자’와 ‘준비된 지역론’을 각각 내세웠다.
지난달 29일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직후 대구·경북은 국회 공동 입장문을 통해 “첨단산업 입지는 정치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시장원칙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두 단체장은 각자의 산업 유치 전략을 구체화했다.
◆ 추경호, 시장원칙에서 ‘대구에 와서 보라’까지 = 추 시장의 메시지는 최근 한 달 동안 ‘시장원칙→공정한 경쟁→절차·투명성→경제 대개조→기업 유치’로 구체화했다.
출발점은 지난달 11일 호남권 반도체 투자설에 대한 첫 입장이었다. 추 시장은 “첨단 반도체 투자는 정치가 아니라 시장과 경제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기업의 투자 판단은 산업생태계와 연구개발, 전력·용수 등 객관적 경쟁력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24일에는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반도체 산업지도를 그릴 수는 없다”며 연구개발 역량과 소재·부품 산업, 인력, 산업부지 등 지역 경쟁력을 설명한 뒤 “특혜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 기회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9일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자 추 시장은 국가균형발전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국가 전략산업 입지는 시장과 경쟁력이 결정해야 한다며 입지 선정 기준 공개와 절차적 투명성을 요구했다.
민선 9기 출범 이후에는 반도체 정책을 시정 비전으로 연결했다. 7월 1일 취임사에서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경제 대개조’의 핵심 성장축으로 제시했고, 3일에는 정부에 중장기 로드맵 마련을, 기업에는 대구·경북 현장 방문을 공개 제안했다. 같은 시기 인공지능혁신성장실·경제국·원스톱기업투자센터를 중심으로 한 ‘경제 3국’ 체계도 구축했다.
대구시 고위 관계자는 “‘기업이 직접 대구에 와서 보라’는 제안은 지역 산업 기반과 투자 여건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기업이 공정하게 비교·평가한다면 대구·경북의 경쟁력이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대구시 다른 관계자는 “대구·경북은 수도권 이남 최대 규모의 반도체 인력양성 기반과 연구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객관적인 데이터와 시장 논리로 경쟁력을 입증해 대한민국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 이철우, 투자 4박자에서 준비된 지역론까지 = 이 지사의 메시지는 ‘후공정 기회론→시장원칙→투자 4박자→준비된 지역론’으로 발전했다.
지난달 14일 이 지사는 서남권 반도체 후공정 투자 확대를 ‘TK 반도체 패싱’이 아닌 국가 반도체 공급망을 완성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경북은 구미·포항을 중심으로 전공정과 소재·부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상생형 공급망 전략을 내놨다.
24일에는 “기업은 정치가 아니라 시장과 경제 논리에 따라 투자한다”며 전력·용수·인재·행정을 아우르는 ‘투자 4박자’를 기업 유치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이후인 이달 1일에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민선 9기 미래 성장축으로 제시했고, 3일에는 산업단지와 전력·용수, 기업 지원체계를 점검하며 ‘투자 4박자’를 구체적인 행정 과제로 연결했다.
5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업은 준비된 곳에 갈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포항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를 사례로 제시했다. 산업단지와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을 미리 확보한 지역이 기업 투자의 우선 검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지사의 설명이다.
유철규은 “정부의 메가프로젝트는 첫 번째 계획안인 만큼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계속 보완될 수 있다”며 “그 변화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지금은 준비된 지역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대응보다 AI 산업과 연계한 산업과 일자리를 준비하는 것이 지금 지역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 같은 원칙, 다른 전략 = 두 단체장은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첨단산업 입지는 정치적 고려가 아닌 산업 경쟁력과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에서는 뜻을 같이했다.
반면 방효창 경실련 정책위원장(두원공대 교수)은 “대구·경북의 대응은 지역갈등의 정치공방을 투자 협상력으로 전환한 측면도 있다”며 “국가전략산업의 입지는 지역별 반발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공공성, 균형발전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투명한 기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메가프로젝트를 계기로 대구·경북의 대응은 정치적 반발에서 산업 경쟁력과 투자환경 중심으로 옮겨갔다. 이제 정부의 입지 선정 기준과 기업의 투자 판단이 이번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