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코인 환전·세탁 잇단 실형
보이스피싱 범죄수익 은닉 엄단
대법, 가상자산 집행규칙 개정 추진
보이스피싱 조직의 코인 환전과 자금세탁 가담자들에게 대구지방법원이 최근 잇따라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가상자산 압류·이전·매각·현금화 절차를 담은 민사집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8단독 김미경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피해금이 입금된 자신의 계좌에서 빗썸 계정으로 돈을 옮긴 뒤 리플(XRP)로 환전해 조직이 지정한 해외 전자지갑으로 송금하는 ‘코인 환전책’ 역할을 맡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금은 45차례에 걸쳐 2억2040만원에 달했다.
김 부장판사는 “자금세탁은 편취금 인출·취득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범행 전체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된다”며 사기 공동정범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조직적 보이스피싱에서 자금세탁은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대구지법 형사합의11부(이영철 부장판사)는 지난 1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행에서 피해자들로부터 현금 8750만원을 건네받아 전달한 현금수거책 B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금수거책 역시 범죄 성립과 완성에 필수적인 역할’이라고 판단했다.
또 지난달 30일 대구지법 형사합의13부(채희인 부장판사)는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C씨는 자신의 계좌와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을 이용해 피해금을 코인으로 환전한 뒤 조직이 지정한 전자지갑으로 송금하는 자금세탁에 가담하고, 현금수거와 접근매체 대여에도 참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거래소 계좌가 보이스피싱 신고로 정지돼 범행 연루 사실을 인식한 뒤에도 환전과 현금수거를 계속했다"며 "직접 피해자를 기망하지 않았더라도 범행 실현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 만큼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법원의 처벌 기조와 함께 범죄수익 환수 제도도 강화되고 있다. 대법원도 지난 2일 가상자산 압류·이전·매각·현금화 절차를 신설하는 민사집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거래소 예치 가상자산과 이전청구권을 강제집행 대상으로 명확히 하고, 집행관이 가상자산을 이전받아 매각하거나 채권자에게 직접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가압류와 처분금지 가처분 절차를 신설해 소송 중 가상자산 이전도 제한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민사집행 대상이 되는 가상자산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의 법적 성질과 거래 구조에 맞는 절차를 마련해 집행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사백 서울지방변호사회 대변인(법무법인 새별)은 "가상자산 강제집행의 근거와 절차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이번 규칙 개정은 의미가 크다"며 "다만 해외 거래소 등을 통한 범죄수익 은닉에 대응할 국제 공조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처벌 강화와 함께 범죄수익을 끝까지 환수해 범죄가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