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 사후감정 “가격변동 없어야 인정”
대법, 증여세 취소 확정
과세관청 입증책임 확인
‘꼬마빌딩’ 등 소규모 비주거용 부동산의 증여세를 산정할 때 사후 감정평가로 나온 가액도 시가로 인정할 수 있지만,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는 법리를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또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것을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한다는 것도 다시 강조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근 A씨 등 4명이 양천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고 A씨 등은 2019년 7월 29일 부모로부터 경기 성남시의 토지 456㎡와 지상 7층 규모 근린생활시설·업무시설을 증여받았다. 이들은 같은 해 10월 부동산 가액을 약 39억5188만원으로 평가해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다.
하지만 서울지방국세청은 2020년 4월 감정평가법인 2곳에 이 부동산의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두 감정평가법인은 부동산 가액을 각각 약 62억2811만원, 약 61억5404만원으로 평가했다. 감정평가의 가격산정 기준일은 증여일로부터 약 3개월 뒤인 2019년 10월 27일로 정했다. 피고 세무서장들은 두 감정가액의 평균인 약 61억9108만원을 부동산의 시가로 보고 증여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A씨 등은 해당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쟁점은 세무당국이 증여가 끝난 뒤 새로 만든 감정가액을 어디까지 시가로 볼 수 있느냐는 데 있었다.
2019년 2월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은 이른바 꼬마빌딩처럼 거래 사례가 많지 않은 소규모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과세관청의 사후 감정평가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이런 소급감정이 가능하더라도, 증여일과 감정 시점 사이에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1심은 세무서장들이 부과한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과세관청이 과세를 위해 일방적으로 의뢰해 받은 감정가액을 곧바로 증여 당시 시가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2심도 세무서장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도 세무서장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상증세법 시행령에 따라 소급감정이 허용된다면서도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증여일부터 감정이 이뤄질 때까지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하며, 이를 입증하지 못한 감정가액은 시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 시장 상황이나 개별공시지가 변화, 주변 개발 호재처럼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없었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으면, 뒤늦게 나온 감정가액을 그대로 시가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사건 1·2심은 개별공시지가 상승률, 증여일과 감정가액의 가격산정기준일 사이의 기간 등을 고려할 때 감정가액이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증여일부터 가격산정 기준일까지뿐 아니라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까지 전 기간을 기준으로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심이 일부 기간에서 이미 가격변동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