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명의도용 ‘수면제 12만정 투약·유통’ 의사 구속
강남 피부과 의사 구속 … 허위 처방전 4331장 발급
프로포폴까지 빼내 투약 … 강남서, 의·약사 15명 송치
외국인 환자 3400여명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허위 처방전을 발급받고 의료용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 12만여정을 불법 매수·투약한 강남의 한 피부과 원장과 의사가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에게 약품을 판매하거나 범행을 도운 병원 직원과 약사들도 함께 적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2과는 강남구 소재 한 피부과 원장 A씨와 소속 의사 B씨를 마약류관리법·의료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병원 직원과 약국 직원·약사 등 사건에 연루된 1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올해 1월부터 약 6개월간 수사를 벌여 의료용 마약류 불법 유통 구조를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25년 3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병원을 찾았던 외국인 환자 3400여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해 허위 처방전 4331장을 작성한 뒤 서울 시내 대형 약국 직원의 도움을 받아 약사들로부터 수면제 계열 향정신성의약품 12만1849정을 매수해 서로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장기간 다량 복용한 결과 부작용으로 더 이상 약을 복용하기 어려워지자 병원 금고에 보관 중이던 프로포폴을 몰래 꺼내 서로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다.
수사 결과 약사들은 타인 명의의 부실한 처방전이 대량으로 제출됐음에도 진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처방전 없이 일반 판매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다량의 의약품을 판매한 정황도 확인됐다. 또 병원과 약국을 연결해 준 약국 직원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한 외국인 환자가 자신의 명의로 향정신성의약품이 처방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허위 처방전 발급 경위와 의약품 유통 과정을 추적해 의사와 약사, 병원·약국 관계자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강남경찰서는 “타인 명의로 향정신성의약품을 구매하거나 투약하는 행위는 중대한 범죄”라며 “명의가 도용돼 향정신성의약품이 처방된 사실을 확인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의료용 마약류 유통과 투약 전반에 대한 수사를 지속해 오·남용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