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공연성’ 없으면 “모욕죄 아냐”

2026-07-10 13:00:4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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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부모 욕설 들어” 모욕죄 인정

대법원 “피해자·피고인 부모뿐” 파기

이웃과 토지경계 문제로 말다툼 중 상대방의 10대 아들에게 욕설을 퍼부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에 대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욕설을 들은 사람이 당사자의 가족들만 있었다면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5월 충남 서산에서 토지 경계 문제로 B씨의 부친과 다투던 중 B씨에게 “야 XXX야. 넌 뭐하는 XX야”, “아들이냐? 이런 XX같은 XX가 너도 X맞을래”라는 등 욕설을 해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측은 욕설할 당시 B군의 아버지와 A씨 부모만 내용을 들어 공연성이나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1·2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A씨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벌금액이 50만원으로 줄었지만 유죄 판단은 유지됐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욕설을 하게 된 경위, 그 내용에 비춰보면 A씨의 범행이 가볍지는 않다”면서도 “대립 중이던 A씨측과 B군측 외에 다른 제3자가 욕설을 듣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감경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부모가 내용을 들은 것만으로는 공연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 욕설이 4명 사이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공개적 ‘모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개별적인 소수에 대한 발언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에 대해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모욕죄가 인정되려면 A씨의 부모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옮겼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당시 여러 사정상 A씨 부모 입장에서 보더라도 A씨가 다툼 중 불편한 감정을 거칠게 표현한 이 사건 욕설을 그대로 옮겨 주위에 전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인다”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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