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정치인이 할 말, 못할 말
배재고 야구단의 응원이 큰 파장을 낳았다. 고등학생들이 모르고 그랬다고 두둔하는 이들도 있다. 곧 대학에 가고, 프로구단에 갈 수도 있는 선수들이다. 사리판단이 되지 않는 나이거나 배움이 없거나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 징계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어른들은 뭘 하고 있었느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대화의 절반 이상을 욕설과 멸칭으로 채우는 학생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꼰대짓이라도 했어야 했다’는 댓글이 가볍게 보이지 않았다. 광주를 방문해 사과하고 용서하는 모습으로 수습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말의 사회적 무게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말이 불러온 시비라면 정치권을 빼놓을 수 없다. 조 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한 걸그룹 멤버의 ‘~노’ 발언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일베식 표현’이라면서 혐오표현이라 주장했다. 의문문 끝에 ‘노’를 붙이는 것은 경상도 사투리 용법의 문제가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잘못된 행위임을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사투리 한마디로 사상을 검증하려 한다” “낙인찍기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 전 대표의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아이돌 발언을 정치적 소재로 끌어들인 것은 과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정쟁 현장에서 나오는 말들은 훨씬 격이 낮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7일 서울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에서 대통령 이름만 적힌 손팻말을 들어 논란을 불러왔다. “야당 대표도 나랏님 욕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항변이 나올 법도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낮추는 방식이다. 정치인의 언행은 어떤 형식으로든 대중에게 영향을 끼친다. 특정 집단 리더의 경우 더욱 그렇다.
전당대회에 앞둔 민주당에서는 경쟁 상대의 당권주자를 향해 온갖 의혹을 갖다 붙이는데 열심이다. 구체적 근거보다는 음모론과 뇌피셜에 기반한 내용이 많다. 2022년 친이낙연-친이재명으로 갈려 사생결단식으로 싸우다가 정권을 넘겨줘놓고, 민주당정부 출범 1년 만에 ‘문조털래유’나 ‘한강새똥돼주길’ 멸칭을 주고받으며 싸우고 있다. 저렇게 못 미더워하면서 어떻게 같은 당을 했는지 모르겠다.
정치인들은 말로 싸우는 사람들이다. 독한 말이 더 주목을 받고 세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 세상이다. 그러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300명 이내로 정수가 정해져 있다. 진짜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말이 가져올 파장은 한번 더 생각하고, 잘못을 알았다면 바로 사과해야 한다. 그들의 말 한마디가 지지자의 행동 지침이 되고, 실수 이후의 태도는 논란의 확산 여부를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