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AI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 확산
농민·목장주들은 땅과 물 부족 호소 … 활동가 단체들은 인류 멸종 경고도
월스트리트저널(WSJ) 1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농업계는 AI 데이터센터가 농촌 경제의 기반인 토지와 용수를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농업인연맹은 미국 전역에서 완공됐거나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가 약 50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데이터센터는 넓고 평평한 땅에 들어서기 때문에 농지가 주요 후보지로 꼽힌다. 그러나 데이터센터가 대량으로 사용하는 물과 전력은 농사와 축산업에도 꼭 필요한 자원이다.
몬태나주에서 4대째 목장을 운영하는 클린트 맥레이는 인근 전력회사가 소 방목지 약 6000에이커(734만평)를 사들인 뒤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가뭄으로 이미 사육 두수를 줄이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에 물을 우선 공급하면 목초지와 송아지에 돌아갈 물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맥레이는 “올해처럼 건조한 해에 누가 물 사용을 줄이겠느냐”며 “결국 농업이 양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 넬슨 일리노이농업인연맹 회장도 데이터센터 한 곳을 짓기 위해 1000에이커(122만평)의 농지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시장이 침체하면 미국의 우량 농지에 가동을 멈춘 데이터센터만 남을 가능성도 우려했다. 미국 농지는 주택 개발과 농장 대형화 등의 영향으로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메인주 면적과 맞먹는 규모가 줄었다.
전기요금도 갈등 요인이다. 일부 대형 데이터센터는 중형 도시와 비슷한 수준의 전력을 소비한다. 농민들은 전력망 확충 비용이 주민과 농가의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미국 약 24개 주에서는 데이터센터 개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업계는 반박한다. 데이터센터업계 단체인 데이터센터연합의 댄 디오리오 주 정책 담당 부회장은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이 농업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연중 약 90%는 공기로 서버를 식히고 가장 더운 시기에만 물을 사용하는 복합 냉각 방식도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인디애나주와 조지아주에서는 데이터센터 수입 덕분에 전력요금이 낮아지거나 동결된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발은 자원 문제를 넘어 AI 자체에 대한 공포로도 번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는 최첨단 AI 개발 중단을 요구하는 ‘포즈(Pause) AI US’와 초인공지능의 영구 금지를 주장하는 ‘스톱 AI’ 같은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AI가 일자리를 빼앗는 수준을 넘어 통제 불가능한 초지능으로 발전해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AI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노벨상 수상자는 AI가 인류를 없앨 확률을 10~20%로 제시했다. 미국 퀴니피액대 최근 조사에서도 성인의 70%가 AI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봤고, 55%는 AI가 일상생활에 이익보다 해를 더 많이 끼칠 것이라고 답했다.
일부 반대 운동은 과격화 우려도 낳고 있다. 올해 4월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된 시의원 자택에 총탄 13발이 발사됐고 현장에는 ‘데이터센터 반대’라는 내용의 메모가 남았다. 같은 달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자택을 공격한 혐의로 대학생이 체포됐다. 오픈AI는 “폭력적 언행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필요한 대화를 어렵게 만든다”고 밝혔다.
농민들의 자원 부족 우려와 활동가들의 인류 생존 위기론은 출발점은 다르다. 그러나 두 움직임 모두 AI 산업이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에만 집중한 채 지역사회가 부담할 비용과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불신 때문에 커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