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보완수사권 폐지’ 속도전 제동
장윤기 사건 후 ‘부작용’ 우려 확산
“전당대회 이후 결정” 목소리 커져
“예외적 보완수사권 남겨야” 의견도
검찰의 보완수사권까지 박탈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처리 방향이 ‘신속’에서 ‘숙의’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광주 여고생 살해범인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증거 인멸과 은폐 의혹이 불거졌고,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보완수사권의 예외적 존치’를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대표에 도전하는 고민정 의원뿐만 아니라 이소영, 홍기원 의원 등이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놨다. 민주당의 속도전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13일 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TF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놓고 법사위까지 올라갔지만 장윤기 사건이 터지면서 당 안팎의 여론이 만만치 않다”면서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밀어붙이기보다는 좀 더 숙고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서 숙의 과정을 거친 후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예외적으로 보완수사권을 남겨놓는 방안이 검토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당대회 이전에 처리하려던 민주당의 속도전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TF가 제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196조를 삭제해 공소청 소속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모두 없애는 게 골자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견제 수단으로는 제197조의2상 ‘보완수사요구권’만 유지하도록 했다.
민주당 내부 강경파 의원들 중심으로 ‘속도전’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친정청래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크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검경 수사권 분리,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수사권 폐지는 수십 년간 논쟁하고 토론하고 숙의했다”며 “시간이 부족이 아니라 의지의 부족”이라고 적었다. 그러고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지금 당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제기됐다. 고 의원은 “수사·기소 분리는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는 제도의 선택이지, 신념이 돼선 안 된다”며 성범죄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사건에 한해 예외적 보완수사권을 주장했다.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보완수사권 존폐를 놓고 강하게 맞붙는 모습으로 흘러가면서 결정 시점을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는 등 ‘숙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심 대결 소재로 이 중대한 문제를 가볍게 소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평가가 따를 것”이라며 “당내 선거로 인한 논의 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차분히 논의하고 선거 이후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했다.
여당 모 중진 의원은 “공수처를 만들 때도 그랬듯 빨리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시간에 쫓겨 보완수사권 문제를 다룰 것이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이 요구했듯 충분한 숙의를 거치는 등 국민 피해가 없도록 보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