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좋은 쌀’, 딱 맞게 잘 쓴 ‘비료’로부터
작은 쌀알 하나도 생각보다 많은 선택 끝에 밥상에 오른다. 언제 물을 댈지, 비료를 언제 얼마나 줄지 같은 결정들이 한해 농사의 결과를 바꾼다. 그중에서도 비료는 벼 생육과 수확량, 쌀 품질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으로 벼농사를 지을 때는 논 전체에 같은 양의 비료를 준다. 필지 하나를 평균값으로 보고 정해진 양을 골고루 뿌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실제 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같은 논 안에서도 물 빠짐과 지력, 유기물 함량이 다르고, 이전 작물 관리 상태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비료가 부족한 곳은 벼 생육이 떨어진다. 이미 충분한 곳은 필요 이상으로 비료가 들어가게 된다. 특히 질소비료가 과다하면 벼가 웃자라 쓰러짐에 약해지고 병해충에도 취약해진다. 쌀의 단백질 함량도 높아져 찰기가 떨어진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품질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결국 비료를 많이 주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필요한 곳에 정확한 양을 줄 필요가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맞춤형 비료량 조절 스마트 이앙기’는 이 지점을 개선하기 위한 정밀농업 기술이다. 논 전체에 같은 양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토양 상태와 양분 요구량에 따라 필요한 곳에 알맞게 주고, 덜 필요한 곳에는 줄여서 주는 방식이다.
벼농사도 이제는 스마트 정밀농업
스마트 이앙기는 몇 가지 정보가 연결돼 작동한다. 먼저 토양검정 결과와 농촌진흥청 ‘흙토람’의 비료사용처방 정보를 활용해 기본 시비 기준을 잡는다. 여기에 토양 분석값, 완효성 비료의 물리적 특성, 이앙기 작업 간격 등을 반영해 시비 처방 지도를 만든다. 이후 이앙기에 탑재된 고정밀 위치정보 장치가 현재 작업 위치를 파악하고, 제어장치가 해당 구역에 맞는 비료량을 자동으로 조절해 비료를 뿌린다. 농업인으로서는 모내기 과정이 더 단순해질 것이다. 밑거름, 가지거름, 이삭거름 등 단계별로 주던 비료를 모내기와 동시에 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논의 토양 상태를 확인하고 사용할 비료 정보를 선택한 뒤 처방 지도 정보를 이앙기에 입력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이앙기는 모를 심으면서 필요한 양만큼 비료를 조절해 논에 뿌릴 것이다.
현장 실증 결과, 스마트 이앙기를 적용했을 때 관행보다 비료 사용량은 29% 줄고 수확량은 10% 늘었다. 모내기와 비료 주기를 동시에 하니 작업시간도 40% 줄었다. 구역별 수확량 편차는 33% 줄었다. 비료를 덜 쓰면서도 수확량과 균일도를 높였다는 것은 농가 경영비와 작업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쌀 품질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질소비료의 적정 관리는 쌀의 단백질 함량 관리, 완전미율 향상, 균일한 생육 유도 등 고품질 쌀 생산에 필요한 조건을 안정적으로 맞출 수 있게 한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추가 실증과 산업체 협력으로 장비의 편의성, 기종별 호환성, 처방 지도 생성 과정 등을 보완해 현장 보급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재 보급된 이앙기와 측조시비 장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모듈화된 제어장치를 붙이는 방식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농사는 오랜 경험의 산업이었으나 이제는 데이터가 그 경험을 정밀하게 뒷받침하는 시대가 되었다.
경험에서 테이터가 뒷받침하는 산업으로
맞춤형 비료량 조절 스마트 이앙기는 그 변화를 논 한가운데서 실현하는 기술이다. 쌀 한 톨의 품질은 얼마나 세심하게 작은 차이를 살피느냐에서 시작된다. 딱 알맞게 잘 쓴 비료가 더 ‘좋은 쌀’의 시작이 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