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 흔드는 ‘결제망 독립’

2026-07-14 13:00:07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브라질·유럽·중국 자체망 확대

비자·마스터카드 수익성 위협

미국의 금융 패권을 떠받쳐온 국제 결제망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각국이 달러의 국제적 지위뿐 아니라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장악한 결제 기반시설까지 안보 문제로 보기 시작하면서다. 미국과 관계가 틀어질 경우 카드 결제와 송금이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유럽과 신흥국으로 번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의 실시간 결제망 ‘픽스’는 미국과 브라질 간 통상 갈등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픽스가 자국 카드회사에 불리하다며 브라질에 25% 추가 관세 부과를 압박 수단으로 꺼내들었지만 브라질은 물러서지 않았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픽스는 브라질의 성취이며 우리는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파 야권도 픽스 유지를 지지했다.

미국이 달러와 자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자 다른 나라들은 자체 결제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로르 랄뤼크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장은 미국이 적대적으로 돌아서면 유럽의 결제 기반시설 접근을 쉽게 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디지털 결제를 우리 통제 아래 두는 것은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이런 움직임은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러시아와 중국에 집중됐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로 국제결제망(SWIFT)에서 배제된 뒤 자체 금융통신망과 카드망 ‘미르’를 구축했다. 중국도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앞세워 독자 결제 기반을 키웠다.

유럽은 41개국이 참여하는 단일유로결제지역을 확대하고 유럽 은행과 금융기술 기업들이 만든 전자지갑 ‘웨로’를 육성하고 있다. ECB는 2029년 디지털유로 도입도 추진한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은 3월 하루 평균 처리액이 전년 동월보다 20% 늘어난 9200억위안에 달했다. 인도의 QR코드 기반 통합결제시스템(UPI)도 해외 9개국에서 이용되고 있다.

각국 결제망이 서로 연결되면 카드사나 미국 은행의 중개망을 거치지 않고도 상당한 규모의 국제 거래가 가능해진다. 코넬대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미국 결제망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이제 “사실상 모든 나라 정책 당국자의 강한 바람”이 됐다고 진단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곳은 비자와 마스터카드다. 두 회사는 5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누리고 있지만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결제 주권’ 움직임이 확산하면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다. 두 회사는 최근 연차보고서에서 각국이 자국 결제망을 우대하는 것을 사업 위험으로 꼽았다. 비자는 유럽 결제 기반시설에 5억유로를 투자하고, 마스터카드는 프랑스에 2억5000만유로를 들여 데이터센터 3곳을 짓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마스터카드는 영국 핵심 결제 기반시설 업체 보카링크의 경영권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기업이 자국 결제망을 소유하는 데 대한 영국 정부와 금융권의 경계가 커진 결과다.

문제는 결제망이 국가별·지역별로 쪼개질 경우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시 립스키는 서로 다른 지역망이 호환되지 않으면 금융사기와 제재 회피가 늘고 세계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WIFT가 후원한 보고서는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경우 금융 분절로 2030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2.6%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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