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2030 세대감성과 ‘꼰대정당’

2026-07-14 13:00:0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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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3 지방선거일 저녁,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정치권과 언론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출구조사와 함께 발표된 서울시장 선거 성별·연령별 세부지표에서 ‘2030세대, 특히 30대 여성들이 정원오 후보가 아닌 오세훈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다’는 수치가 TV 화면에 떴기 때문이다. 언론은 ‘서울 2030, 절반 넘게 보수당 찍었다’며 민주당의 파산을 예고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이 소동은 조사기관의 통계적 실수가 만든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어쨌건 2030세대의 정치적 좌표를 되짚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2030세대가 지금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의 7월 2주 데일리오피니언(7월 7~9일 조사)에 따르면 20대(18~29세)와 30대의 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각각 35%, 43%로 전체 연령층 중 꼴찌와 그 다음을 차지한다. 민주당 지지도도 21%, 33%로 70대 이상 연령층의 38%보다 낮다.

‘생존과 번식’의 실존적 위기 앞에 선 청년세대

‘이대남’(20대 남성)의 민주당에 대한 냉소는 이미 2022년 대선 때 확인됐지만 한때 우군이었던 20대 여성과 30대마저 ‘먼 그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이대로 가면 민주당은 4050을 뺀 나머지 세대로부터 포위·고립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민주당은 이처럼 2030세대로부터 외면받는 처지가 됐을까.

사실 이 괴리는 민주당의 2030 세대감성에 대한 오독(誤讀)에서 출발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자신들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이나 ‘내란청산’ 프레임이 청년세대의 지지를 받는 정의로운 투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청년세대 눈에 비친 그것은 기득권의 ‘자기보호 본능’에 불과하다. 특히 지방선거 과정에서 추진됐던 ‘공소취소특검’은 청년들의 생각을 확신으로 바꿔버렸다.

지금 청년세대는 주거 사다리가 끊기고 당장의 일자리가 걱정인 실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정균 카이스트 교수가 책 ‘유전자 지배사회’에서 설파한 것처럼 ‘생존과 번식(결혼·출산)’이라는 생물학적 임계점에 서 있는 것이다. 이런 절박한 세대에게 ‘보완수사권을 누가 가질지’는 배부른 기득권의 선명성 경쟁일 뿐이다.

진보진영 특유의 ‘도덕적 계몽’도 마찬가지다. ‘스타벅스 이용 자제 운동’에 대한 2030세대의 거부감에서 보듯, 옳고 그름을 가르치려 드는 정부여당의 태도는 청년들에게는 본능을 억압하고 죄책감을 자극하는 오만한 훈육으로 들릴 것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청년세대=진보’라고 믿고 싶겠지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청년층의 보수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최 교수의 생물학적 정의를 빌리자면 생존의 위협 앞에 청년세대는 거대담론이나 이념적 모험(진보)을 택하기보다 당장 내 자산을 지키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용적이고 안정적인 선택(보수)을 지향하게 돼 있다. 자산시장에서 소외되면 결혼도 미래도 없다는 이들의 실존적 공포는 이미 신자유주의적 각자도생과 철저한 능력주의 신봉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그나마 국민의힘이 청년세대의 보수화를 자기 자산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받을 수도 있겠다. 앞의 한국갤럽 조사에서 2030세대의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도는 20대 69%, 30대가 76%로 민주당의 60%, 68%를 압도했다. 국민의힘 지지도 20대 24%, 30대 19%에 불과했다. 말하자면 현재 국민의힘은 황금어장에서도 물고기 한마리 잡지 못하는 ‘지독하게 무능한 어부’인 셈이다.

공약 풍성하지만 청년마음 돌릴 진심 안 보여

아차 싶었던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은 뒤늦게 청년세대의 마음을 잡겠다며 부산을 떤다. 청년 최고위원제 부활, 당대표 직속 ‘청년미래위원회’ 신설, 2028년 총선 공천 청년할당 확대, 청년연금 보장 강화 등 차림상도 풍성하다. 하지만 이런 약속들이 청년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의 공약 속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열에 네다섯이 무당층인 2030세대에게 ‘당원 70% 룰’ 같은 성벽을 쌓은 민주당 전대는 ‘당신들만의 잔치’로 보이지 않을까.

생물학적 기본지형이 ‘보수(생존본능)’라면 진보정당은 청년들에게 왜 본능을 거슬러 위험한 모험(진보)에 동참해야 하는지, 즉 “민주당이 집권할 때 내 삶이 어떻게 더 나아지는가”를 증명해야 한다. 이 ‘생물학적 본능’을 달래주지 못하는 한 민주당의 청년정책은 앞으로도 현장과 불화할 수밖에 없다.

남봉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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