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메가 프로젝트’에 국가총력 지원체계 가동한다
정부,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확정
잠재성장률 3%·수출 4강·소득 5만불 목표
중동전쟁 충격 딛고 올해 3.0% 성장 정조준
역대급 성장 기회 → 경제체질 바꿔 대도약
정부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3.0%로 대폭 상향 조정하고 ‘잠재성장률 3%·수출 4강·국민소득 5만 달러’를 지향하는 ‘3·4·5 비전’을 선포했다. 상반기를 강타한 대내외 악재를 극복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국가 총력 지원체계를 가동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체질을 바꾸겠다는 승부수다.
정부는 14일 국무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심의·확정했다. 이번 전략은 단기 경기부양책을 넘어 외환위기 이후 30년 만에 찾아온 역대급 명목성장 기회를 활용해 경제 대도약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한국 경제 = 올해 상반기 한국 경제는 중동전쟁이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서도 거시경제의 강력한 탄력성을 증명했다.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8%를 기록, 5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물가 급등 등의 영향으로 교역조건이 극적으로 개선되면서 명목(경상)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7.1%로 30년6개월 만의 최대 폭 증가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경제 복원력의 일등 공신은 수출이다. 올해 1~4월 누적 수출액은 일본과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5위로 도약했다. 1~5월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규모인 141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물가 부문에서는 선방했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가급등에 맞서 정부는 지난 3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도입하고 유류세를 인하했다. 그 결과 3~6월 평균 소비자물가를 0.7%p 완화하며 주요 OECD 회원국 대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정부는 상반기 중 26조2000억원 규모의 ‘전쟁 추경’을 긴급 편성해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신속히 집행, 대외 위기 속에서도 견고한 정책 집행력을 증명했다.
◆거시경제 여건 변화 = 하반기 거시경제 환경은 기회와 위험 요인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국면이라고 정부는 분석했다. 가장 긍정 신호는 AI 대전환이 촉발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초호황이다. 이를 근거로 한국은행은 당초 2.0%에서 2.6%로, OECD 역시 1.7%에서 2.6%로 성장률 눈높이를 높였다. 이러한 명목지표의 가파른 호조는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4만달러 근접과 재정건전성 개선이라는 강력한 기회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긍정지표와 달리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도 산적해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 리스크’는 한계차주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성장의 온기가 비교우위가 있는 IT와 반도체 부문에만 편중된 채 지방이나 내수 시장으로는 온전히 확산되지 못하는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또 생산연령인구의 감소, 지정학적 위험의 상시화 등은 잠재성장률 자체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0%에서 3.0%로 대폭 상향했다. 특히 올해 경상 GDP 성장률을 12.3%로 제시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비율은 기존 50.6%에서 47.0% 수준으로 크게 떨어지며 재정 건전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거시건전성 통합관리 = 정부는 하반기 정책 목표를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가는 경제 대도약 원년 완성’으로 설정하고 세부 실행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거시경제 안정과 공급망·에너지 자립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장관급 공식 회의체인 ‘통합시장점검간담회’를 신설해 거시건전성 종합 리스크 관리에 착수한다.
먹거리 안정을 위해 농축수산물 전 품목에 대해 최대 규모의 할인 행사를 추진하고 매점매석 등 불법행위에는 최대 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물가안정법을 개정한다.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전파사용료 감면율을 50%에서 90%로 대폭 확대한다.
대외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확실한 공급망 정착을 위해 정부는 ‘국내생산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한다. 핵심광물의 자립을 위해 폐영구자석을 순환자원으로 신규 지정하고 도시광산 재자원화율을 2030년 20%까지 끌어올린다. 에너지 자립을 위해 태양광은 2030년 87GW까지 확충하고 풍력은 2030년 9GW 보급을 조기 달성한다. 향후 10년간 기후 분야에 총 79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며 이러한 대책들을 망라한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을 올해 3분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 총력지원 = 정부는 또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에 국가 총력 지원체계를 가동한다. 서남권 반도체 팹 4기 구축에 총 800조원을 투자하고 5년 내 메모리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한다. ‘AI 데이터센터 글로벌 허브 구축’을 목표로 총 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립에 550조원을 투입한다. ‘피지컬 AI’ 분야를 집중 육성해 글로벌 1강 도약에 나선다.
지방주도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권역별 성장동력인 ‘5극3특 성장엔진’을 올해 3분기 중 최종 선정한다. 선정된 유망 산업에는 재정, 금융, 세제, 규제 등 종합지원을 단행한다. 수도권 국가 기능을 재배치하는 ‘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을 하반기 중 발표해 2027년부터 선도기관 이전에 착수한다. 인구감소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월 1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을 확대 도입하고 파격적인 ‘지방우대세제’를 도입한다.
아울러 청년 도약을 위해 총급여 7500만원 이하 청년에게 소득공제와 비과세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청년형 ISA’를 2027년 상반기 출시한다. 기술탈취 근절을 위해 하도급법상 과징금 한도를 기존 2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전격 상향한다.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강화한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고 저PBR 기업 명단을 올해 11월 1차 선정·공표한다.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위해 모든 조세지출과 재정사업을 원점 재검토해 역대 최고 수준의 구조조정을 전개한다.
특히 하반기부터 핵심 공공기관의 전략적 구조조정과 유사·중복 기관 통폐합을 강력히 추진한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대전환을 밀착 지원하기 위해 현재 분절된 5개 발전 공기업을 하나로 통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을 통합하고 코레일 산하 5개 자회사를 전면 통폐합해 비용 절감과 관리 사각지대 해소를 동시에 달성할 계획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