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정권, 일본은행 건드렸다 시장 역습에 당황
경제·예산지침, 금리결정 간섭 표현에 국채금리·환율 급등
내각은 지침 최종 결정 유보…중앙은행 독립성 보장 문구
다카이치 정권이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결정에 개입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이후 시장의 역습에 당황하고 있다.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자 독립성 보장을 강조하며 한걸음 후퇴하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당초 14일 내각에서 채택하려던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결정을 연기했다. 이 기본방침은 일본 정부가 이듬해 경제계획과 이에 따른 예산편성 방향 등을 담은 기본방침으로 다카이치 정권에서는 처음이다. 일본 언론은 최근 채권시장에서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에 정부가 부담을 느끼고 문구 조정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재무성은 지난달 말 기본방침 초안에서 2040년까지 다카이치 정권이 추진하는 17개 전략투자분야에 민관 공동으로 370조엔(약 35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책임있는 적극 재정’을 강조하면서도 막대한 국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역대 정권이 취해 온 ‘재정 건전화’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특히 시장의 우려를 불러온 내용은 일본은행 금리결정에 개입하는 듯한 표현이 삽입된 점이다. 기본방침에는 “일본은행의 적절한 금융정책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아울러 정부의 경제정책 기본방침과 정합성을 갖도록 일본은행법의 취지에 따라 정부와 일본은행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은 이 내용이 정부가 중앙은행과 협조라는 이름으로 금리 결정에 개입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다카이치 정권이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를 위해 세출 증가가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국채발행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풀이한 것이다.
가츠토시 이나도메 미쓰이스미토모 자산운용 연구위원은 “정부의 초안 발표 이후 최근까지 장기금리 상승폭이 미국과 한국 등을 웃돌았다”면서 “미국 금리가 움직이지 않는 시간대에도 일본 국채 매도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가츠토시 위원은 “이는 일본 내부의 재료로 금리가 오른 것”이라며 “정부의 기본방침에 대한 시장의 쇼크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도쿄 채권시장에서 일본 정부가 신규로 발행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9일 2.90%에 이르는 등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도 달러당 162엔대까지 치솟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10년물 국채금리는 14일 오전 2.795%까지 다소 하락했지만, 환율은 여전히 달러당 162.40엔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 방침에 시장이 빠르게 반응하면서 재무성 등도 당황하는 흐름이다. 가타야마 사츠키 재무상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기본방침에 대한 쇼크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취지와 다르게 받아 들이면 오해이고 금융정책의 수단은 일본은행에 맡겨져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무분별하게 확장적 재정을 추구해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정책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정에 나섰다.
정부도 기본방침 최종 결정을 뒤로 미루고 문구 수정에 들어갔다. 일본은행의 독립성에 관한 관련 법의 조항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금융정책과 관련 ‘안정적 물가상승의 실현’이라는 문구를 추가할 것”이라며 “총리관저가 기본방침 결정을 앞두고 시장을 의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신문은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미 정부의 대응이 늦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소비세 감세 문제도 변수다. 다카이치 총리가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소비세 감세를 기본방침에 포함할지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초당파적 사회적 합의기구인 ‘사회보장국민회의’ 실무회의에서는 2027년 4월부터 2년간 식료품에 한해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로 인하하는 방향에서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 나머지 1%분을 소득연동형 급부로 보조해 사실상 ‘소비세 0%’를 실현하는 방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