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증여분, 헌재 결정전 분쟁 적용”
대법, 위헌 법조항으로 판결한 원심 파기환송
“간병 통해 받은 증여, 유류분 반환 대상 아냐”
‘고인을 부양한 자녀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옛 민법 유류분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 당시 법원에서 진행 중이던 관련 소송에도 위헌성이 없는 새 법조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서 하급심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전 분쟁이라는 이유로 위헌성이 남아 있던 옛 민법을 적용했으나 대법원은 새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A씨(피고)를 상대로 자매인 B씨(원고)가 유류분을 반환하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2595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자매간 다툼은 2022년 11월 부모인 C씨가 사망한 뒤 벌어졌다. A씨는 오랜 기간 망인과 동거하며 요양병원비와 휴대폰 요금 등을 직접 부담하는 등 약 27년 동안 C씨를 돌봤다. C씨는 고마움의 표시로 사망 전 A씨에게 재산을 증여했다. 그러나 망인의 법정 공동상속인인 B씨는 A씨가 받은 증여 재산이 자신의 유류분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류분이란 고인의 유언과 별개로 가족 개개인에게 일정 비율만큼은 반드시 물려주도록 한 재산이다. 문제는 재판이 한창이던 2024년 4월 고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 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에게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에 대해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불거졌다.
헌법불합치는 위헌으로 판단한 법률을 즉각적으로 무효화할 경우 법적 공백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해당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민법 1118조도 2025년 12월까지 유지됐다.
쟁점은 헌법불합치 판단을 받은 옛 유류분 조항이 A씨 사건에 그대로 적용되는지였다.
A씨는 2심에서 “망인을 27년간 부양하면서 요양병원비, 휴대전화 요금 등을 부담하는 등 망인의 생활에 기여했다”며 B씨의 유류분액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25년 12월 18일 나온 2심은 A씨가 유류분 2595만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은 “피고(A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통상의 수준을 넘어 망인을 특별히 부양했다거나 망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구법을 잠정 적용한다는 헌재 결정의 취지에 맞게 옛 유류분 조항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구법이 아닌 위헌성이 제거된 신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헌재가 구법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했음에도 일정 시한까지 계속 적용을 명한 것은 유류분 제도 시행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계속 유지할 필요성 때문이지, 구법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게 된 해당 사건과 당시 구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2024년 4월 헌재 결정 취지를 반영해 민법이 개정되면서 패륜 직계존속(부모), 직계비속, 배우자의 상속을 막기 위한 ‘상속권 상실 청구’ 절차가 신설된 바 있다.
이런 상속권 박탈 조항을 담은 개정 민법은 가수 고 구하라씨 사건과 맞물려 ‘구하라법’이라 일컬어졌다.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헌재 결정 전 제기된 유류분 분쟁에 대해 구하라법을 적용해 옛 법을 적용한 원심을 파기환송했고, 5월 14일에도 유사한 판결을 내리는 등 헌재 결정을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판례를 내놓고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