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고범준 성균관대 공학 계열

2026-07-15 13:52:3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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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과학은 화학으로 통한다? 실생활 바꾸는 화학의 매력에 풍덩!

‘확통런’ ‘사탐런’은 비단 수능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학교에서도 어려운 과목보다는 성적을 받기 수월한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를 모두 배우고 심화 과목까지 이수해야 하는 과학중점학교를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이와 달리 범준씨는 화학에 흥미를 느껴 신소재공학을 진로로 정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과학중점학교를 선택했다. 어려운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논문과 전공 서적을 찾아 읽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실험을 이어갔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성균관대 공학 계열에 합격한, 과학을 치열하게 탐구한 범준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범준

고범준

성균관대 공학 계열 (서울 용산고)

신소재에 대한 관심, 하이드로젤 탐구로 이어지다

범준씨는 중학교 때 화학 교사의 대학 시절 연구 이야기를 접하면서 화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 연구의 주제는 하이드로젤이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볼수록 의료부터 로봇공학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하이드로젤은 물을 다량 함유할 수 있는 고분자(폴리머) 물질이에요. 젤리처럼 말랑말랑하지만 내부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진 소재죠. 인공 연골이나 상처 치료용 드레싱, 인공 근육, 로봇뿐 아니라 약물을 체내에 전달하는 소재로도 활용됩니다. 이 특성을 활용하면 당뇨병 환자들의 잦은 인슐린 주사 투여를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범준씨는 아이디어를 직접 실험으로 옮겼다. 인슐린 대신 색소를 섞은 수용성 액체를 약물로 가정하고, PVA와 붕산나트륨으로 만든 하이드로젤에 넣어 온도와 농도에 따른 확산 속도를 비교했다. 시행착오 끝에 하이드로젤의 농도가 낮을수록 내부 액체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특정 온도와 농도에서는 온도 감응성 하이드로젤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 이하에서는 액체 상태였다가 체온에서는 고체 상태가 되는 하이드로젤을 만들어 색소(인슐린)와 함께 주입한다고 가정했어요. 혈당이 높아져 하이드로젤 안팎의 농도 차가 커지면 인슐린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주입 부위에 아이스팩을 대면 하이드로젤이 다시 액체 상태가 되면서 방출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죠.”

이 탐구는 화학을 단순히 물질의 성질을 이해하는 학문이 아니라,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학문으로 바라보게 한 계기가 됐다.

여러 과학 과목을 배울수록 화학 흥미 ↑

범준씨는 <화학Ⅰ·Ⅱ>뿐 아니라 <물리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 <물리학실험> <화학실험> <생명과학실험>을 이수했다.

“과학중점학교는 과학 수업뿐만 아니라 탐구 발표대회를 비롯해 심화 학습 기회가 많아요.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원하는 성적을 받는 게 쉽지 않았지만, 배우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어요. 화학과 신소재에 머물렀던 관심도 여러 과학 과목을 배우면서 인체와 지구 환경으로까지 확장됐고, 화학을 훨씬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게 됐어요.”

<생명과학Ⅰ>에서는 DNA 이중나선 구조가 안정적인 이유를 염기 사이의 수소 결합에서 찾았고, <과학융합>에서는 향 냄새가 퍼지는 이유를 분자량으로 설명했다. <생명과학Ⅱ>에서는 우리 몸에서 완충 용액의 역할을 하는 성분의 단백질 구조, 세포 신호 전달 기능 등을 조사해 발표했다. <인공지능과 미래사회>에서는 약물의 종류와 크기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강산에 버틸 수 있는 신소재에 관심을 갖고, 혈관 이동이 가능한 헬스 스캐너 알약 캡슐의 구조에 대해 탐구했다.

범준씨는 화학을 공부할수록 물질의 변화와 그 원리가 실제 기술로 이어지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다. 특히 이러한 원리가 신소재와 반도체, 에너지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화학의 매력을 더욱 실감했다.

“물질의 구조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고, 같은 물질이라도 활용 방식에 따라 성능과 효용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특히 <화학Ⅱ>는 이런 내용이 실생활이나 산업 기술과 어떻게 연결·활용되는지를 배울 수 있어 재미있게 공부했어요.”

생분해 능력이 있는 미생물 찾아 삼만리

화학 연구원을 꿈꾸는 범준씨는 2학년 때 <침묵의 봄>을 읽고 살충제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화학 연구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게 됐고, 그 연장선에서 <사회문제탐구>를 선택했다. 환경과 기후변화, 온실가스, 지구온난화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로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지구온난화에 대한 관심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미생물 연료전지 탐구로 이어졌다.

“미생물 연료전지 연구의 시작은 생분해 능력이 있는 미생물을 찾는 일이었어요. 토양에 미생물이 서식한다고 해서 모두 생분해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처음엔 학교 운동장과 성북천의 토양을 채취해 포도당 수용액에 넣어 실험했지만 전압이 전혀 측정되지 않았어요. 생분해 능력을 지닌 미생물이 서식할 토양의 조건을 찾아보고, 여러 토양을 채취해 실험을 거듭했지요. 그러던 중 이촌 한강공원 서빙고 낚시터 주변의 토양이 조건에 부합하다는 판단이 섰고, 이를 채취해서 포도당 수용액에 넣었더니 전압이 발생하더라고요. 포도당 수용액의 양과 시간에 따라서도 전압의 세기가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거창한 아이디어가 아닌, 교과에서 시작된 호기심을 실험으로 검증하고 이를 새로운 탐구 주제로 확장해나간 셈이다.

대학과 전공 사이에서 고민

“성균관대는 신소재공학부를 따로 선발하지 않고 종합전형 융합형으로 공학 계열을 선발해요. 한양대 신소재공학부와 성균관대 공학 계열 사이에서 고민했죠. 대학은 성균관대가, 학과는 신소재공학부가 더 끌렸거든요. 하지만 성균관대에서도 신소재공학부를 선택할 수 있고, 고교 때 물리학·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을 고루 배우며 쌓은 경험이 있었기에 학점 관리를 통해 신소재공학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고교 3년 동안의 탐구 경험은 범준씨에게 전공에 대한 확신뿐 아니라 과학을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힘을 길러줬다. 인간과 사회를 위해 책임 있게 연구하고 과학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커졌다고.

“후배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깊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궁금증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성취감도 느끼고, 또 다른 호기심도 생기더라고요.”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