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긴축 전환 … 기준금리 2.75%로 인상
한은, 물가·환율 등 고려 5년 만에 기조 바꿔
기업·가계 이자부담 커질듯…추가 인상 주목
한국은행이 5년 만에 돈줄을 조이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물가와 환율이 상승하면서 시중 유동성을 긴축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경기가 개선되는 흐름도 통화정책 전환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1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p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다만 당시는 금리인상 사이클의 마지막 단계로 긴축적 통화정책의 연장선이었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상은 완화에서 긴축으로 방향을 전환한다는 점에서 2021년 8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이날 금리인상은 한은 안팎에서 예고돼 왔던 결정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물가와 환율, 금융안정 등 모든 지표가 금리인상을 가리킨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2명 나왔다.
기준금리 인상 배경은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전년 동기에 비해 3.2% 상승해 5월(3.1%)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자극하면서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결국 한은과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치(2.0%)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흡수해 수요측면에서 물가를 잡으려 했다는 평가다.
환율과 금융안정성도 금리인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소폭 하락했지만 역대 최장기간 달러당 1500원대를 지속하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이 심했다. 금리인상을 통해 한미간 금리차이를 좁혀 최소한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막아보자는 의도도 읽힌다. 여기에 부동산시장 불안정성으로 가계대출이 금융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금리를 올려야 할 요인이 많아도 경기가 좋지 않으면 부담이지만 최근 거시경제 지표는 비교적 양호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경상수지 흑자는 이미 지난 5월까지 누적 141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연간 경상흑자가 3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내수도 개선되면서 정부는 최근 올해 실질GDP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상향 조정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0.25%p 오르면 가계의 주담대 이자부담은 연간 1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1인당 이자부담은 29만6000원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편 향후 추가 인상도 주목된다. 채권시장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은 기준금리는 올해 연말까지 3.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