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스(실물 없는 리스) 방치’ 삼성카드, 가산세 2심도 패소
수백억 가짜 세금계산서에 28억원 가산세 부과
법원 “5년간 확인 안해 … ‘몰랐다’는 이유 안돼”
실물 확인 없이 수백억원 규모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은 삼성카드에 부과된 가산세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재확인됐다. ‘공리스(실물 없는 리스)’ 거래에 속아 이용자와 공급업체에 명의를 대여해 준 금융리스업자에게 엄중한 확인 의무를 물은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1-3부(김우수 부장판사)는 15일 삼성카드가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가가치세 가산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8부(양순주 부장판사)도 지난해 8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삼성카드에 부과된 28억7647만원의 부가가치세 가산세 처분을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보통신공사업체인 B사는 서울 시내버스에 광고용 모니터를 설치·운영하겠다며 삼성카드와 렌탈(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른바 ‘금융리스’ 방식으로, B사가 필요한 모니터 기기를 선정하면 삼성카드가 공급업체(C·D사)로부터 이를 구입해 B사에 대여하는 구조였다.
삼성카드는 이 계약에 따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공급업체들에 모니터 대금을 지급하고 약 420억원 규모의 매입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다. 또 B사로부터는 리스료를 받으며 약 409억원 규모의 매출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
하지만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실제로 서울 시내버스에 설치된 광고용 모니터는 단 1대도 없었다. 물건의 실체가 없는 ‘가공거래’였던 것. 이에 과세당국은 삼성카드가 재화의 공급 없이 세금계산서를 가공 수수했다고 보고 부가가치세법 및 국세기본법에 따라 총 28억7647만원의 가산세를 부과했다.
이에 삼성카드측은 2024년 10월 가산세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카드측은 “이번 사건은 리스이용자(B사)가 물건을 직접 선정하고 공급업체가 이용자에게 직접 인도하는 전형적인 ‘금융리스’ 계약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 내부 규정인 ‘리스업무 취급 및 관리지침’에 따라 전국에 산재해 점검 실익이 없는 경우 물건 확인을 생략할 수 있어 실물 점검을 하지 않은 것뿐”이라며 “가짜 거래인 줄 몰랐던 만큼 가산세를 면제 받을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세금계산서불성실가산세는 사업자가 재화나 용역의 공급 없이 세금계산서를 수수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고의)’이 있었을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했다. 가짜 거래인지 몰랐다는 단순한 사정만으로는 가산세를 피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특히 삼성카드가 금융리스업자로서 지는 법적 의무를 지적했다. 법원은 “금융리스업자는 상법 제168조의3 제1항에 따라 이용자가 리스물건을 적절히 수령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확인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금융리스의 경우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한 공리스가 빈번하게 일어나므로 리스업자로서는 물건이 실제로 공급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카드는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백억원대의 대형 거래를 진행하면서 단 한 차례도 실물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회사 내부 지침에 ‘점검 생략 규정’이 있다는 사정 역시 법이 부과한 의무를 면제하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